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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란 아버지 "배 흔들리며 아내·아들 손 놓쳐… 유럽행 희망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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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란 아버지 "배 흔들리며 아내·아들 손 놓쳐… 유럽행 희망 버렸다"

입력
2015.09.0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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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유럽행 희망을 버렸습니다. 고향으로 돌아가 아이들의 무덤 곁에 머물고 싶습니다.”

시리아 난민 꼬마 ‘아일란 쿠르디(3)’의 애처로운 죽음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으로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는 가운데(본보 4일자 14면), 아일란의 아버지 압둘라 쿠르디(40)가 절절한 심경을 밝혔다.

난민선 전복으로 아일란 외에 다섯살 난 아들 갈립과 아내(35)도 함께 잃은 압둘라는 3일 터키 도안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들이었다, 매일 아침 나를 깨워주고 함께 놀았다. 세상에 이 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냐”고 반문한 후 “더 이상 살아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곧 뒤집힐 듯 흔들리는 배 위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움켜 잡으려 했지만, 손에서 미끄러졌다”며 안타까웠던 상황을 전했다.

시리아 다마스쿠스 출신인 쿠르디 가족은 내전이 심해지자 이웃 터키로 넘어와 그리스를 거쳐 친척이 사는 캐나다, 혹은 스웨덴으로 이주하려 했다. 두 차례에 걸쳐 이민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에게해를 건너 그리스 코스 섬까지 가려 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세 번째 유럽행을 시도한 2일 새벽. 쿠르디 가족 4명은 다른 난민 19명과 함께 조그만 고무보트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터키 해안을 출발하자 마자 거친 파도에 휘말렸고 함께 배에 올랐던 브로커는 곧 배에서 뛰어내려 해안까지 헤엄쳐 갔다. “선장(브로커) 대신 중심을 잡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손에 잡고 있던 아이들과 아내도 미끄러져 빠져나갔습니다.”

간신히 구조된 압둘라는 터키 보드럼 지역의 한 병원 영안실에서 처자식들의 죽음을 확인하고 오열했다. 압둘라는 “이젠 그냥 시리아로 돌아가고 싶다”며 “아이들의 무덤 곁에서 죽음이 찾아올 때까지 쿠란을 읽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터키 해안경찰은 “배에 탄 23명 중 12명이 사망하고 2명은 실종됐다.”며 “당시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은 2명뿐이었고 나머지는 아무란 안전 장비 없이 배에 탔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관련된 불법 밀입국 중개 조직원 4명을 체포했다.

한편 캐나다 정부는 “쿠르디 가족이 캐나다에 이민 신청을 냈지만 두 번이나 거절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아일란 가족이 캐나다에 난민 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적극 해명에 나섰다. 크리스 알렉산더 이민부 장관은 “압둘라의 다른 남동생 가족의 난민 신청 탄원서를 받은 적은 있다”며 쿠르디 가족의 난민 신청 접수 사실을 부인했다. 이어 압둘라 쿠르디에게 캐나다 시민권을 부여했다는 일부 보도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내달 19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캐나다는 쿠르디 가족 비극의 불똥이 튀자 총선 유세까지 일시 중단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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