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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 병원 공습… 오폭인가 계획된 작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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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아프간 병원 공습… 오폭인가 계획된 작전인가

입력
2015.10.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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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탈레반 은신 정보 입수 폭격設

일부 외신 "반군 15명 사망" 보도

"공습 당시 미군과 정부군에 병원 피해 알렸지만 폭격 계속"

국경없는 의사회 발표에 논란 확산

애도 표명 오바마 "전면 조사 착수"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건물이 3일 미군의 공습을 받아 불타고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 트위터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 위치한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건물이 3일 미군의 공습을 받아 불타고 있다. 국경없는 의사회 트위터

최근 탈레반과 정부군의 교전이 격화한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서 3일(현지시간) 국경없는 의사회(MSF) 병원이 미군 공습을 받아 환자와 의사 등 최소 19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앞서 MSF 측이 미군과 아프간 정부에 여러 차례 병원 위치를 고지한 데다, 공습 당시에도 피해 사실을 보고했지만 폭격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의 비난이 커지고 있다.

“1시간 넘는 공습…환자들 침상서 숨져”

MSF에 따르면 이날 폭격으로 쿤두즈에서 의료봉사 중이던 의사 등 직원 12명과 어린이 환자 3명, 성인 환자 4명 등 최소 19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 지난달 28일 탈레반에 점령당한 쿤두즈는 사흘 만에 미국 지원을 받는 아프간군에 탈환되는 등 양측의 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진 곳이다.

쿤두즈에 위치한 MSF 트라우마 센터는 중상자를 치료할 수 있는 지역 내 유일한 병원으로, 공습 당일에는 앞선 교전에서 부상당한 환자들이 대거 입원 중이었다. MSF에 따르면 당시 병원은 적정 수용 인원을 초과해 받은 상태로 환자 150여명, 직원 80여명이 생활하고 있었다.

이날 사건 현장에 있던 간호사 라조스 졸탄 젝스는 CNN에 “안전한 방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갑자기 폭발 소리가 들려 깼고, 1시간 가량 폭격이 지속된 것 같다”라며 “부상당한 의사를 도우려 방 밖으로 나갔지만 그는 사무실 테이블에 쓰러져 숨진 상태였으며, 환자 6명은 침대 위에서 불에 타 사망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군 관계자를 인용해 “작전 중 미군이 탈레반 공격을 받아 중무장 지상공격기 AC-130으로 반격했다”고 전했다. 일부 외신은 미군이 이 병원에 탈레반 대원이 은신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해 인근 지역을 공습했고, 반군 15명이 폭격으로 숨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공격이 미국의 계획된 공습이었는지, 오폭이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美 즉각 조사 착수에도 ‘국제법 위반’ 비난 쏟아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인을 대신해 희생된 의료진과 시민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국방부는 전면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 같은 비극이 일어난 이유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아프간에 주둔 중인 존 F 캠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령관도 “우리는 시민들이 해를 입지 않도록 모든 합리적 조치를 다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이 시설 위치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던 데다, MSF의 관련보고도 수 차례 올려진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MSF는 “이번 공격은 국제 인권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혐오스러운 행위”라며 “이전부터 교전과 관계된 모든 단체에 MSF 시설의 정확한 위치를 알리고 주의를 당부한 상태였고, 심지어 공습 당시에는 병원이 피해를 입었다고 미군과 정부군에 알렸지만 30여분간 폭격이 지속됐다”고 비판했다.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 최고대표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끔찍한 비극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군사법정에서 고의성이 인정될 경우 이는 전쟁범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프간에서는 외국군의 오판으로 인해 매년 수많은 주민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영 일간 가디언은 “이번 사건은 아프간에서 외국군들이 범하는 숱한 오류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매년 수많은 주민들이 집과 학교, 결혼식장에서 폭격에 의해 숨지고, 심지어 버려진 탱크에서 연료를 구하려던 지역주민 130여명이 한꺼번에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NYT는 “내년까지 아프간 완전 철군을 앞둔 미군이 쿤두즈에서 반군 대항 병력을 늘리면서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 하는데 실패, 이에 대한 비판이 다시 제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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