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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들 “나 돌아갈래! 성형 전 그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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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들 “나 돌아갈래! 성형 전 그때로”

입력
2016.10.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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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미녀 등 외모 만능주의 반성

‘개성 중시’ 사회적 분위기 반영도

병원들 자극적 홍보문구로 유혹

복원수술, 성형보다 가격 비싸고

부작용도 커 충분한 고민 거쳐야

성형ㆍ복원 수술 비용/2016-10-28(한국일보)
성형ㆍ복원 수술 비용/2016-10-28(한국일보)

항공사 승무원 취업을 준비하는 장모(24ㆍ여)씨는 7월 초 앞트임 복원 성형수술을 받았다. 작고 밋밋한 눈두덩이 콤플렉스였던 그는 3년 전 쌍꺼풀과 눈을 좀더 커 보이게 하는 앞트임 수술을 받았다. 부모님은 “인상이 날카로워 보인다”고 걱정했지만 스스로는 한층 또렷해진 얼굴에 만족했다. 하지만 장씨는 올해 상반기 취업 면접에서 거듭 고배를 마시자 ‘인상 때문에 떨어진 것은 아닐까’라고 자책했고 고민 끝에 재수술을 결심했다. 원래 모습을 되찾는 데 앞트임 수술 비용 70만원보다 두 배 가까이 비싼 130만원이 들었지만 후회는 없다. 장씨는 28일 “승무원은 맑고 선한 인상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저 없이 복원수술을 결정했다”며 “붓기가 빠지면서 인상이 부드러워진 만큼 다음 면접부터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얼굴 되돌리기’ 열풍이 불고 있다. 쌍꺼풀 진 큰 눈, 깎아 내릴 듯한 코, 볼록한 이마, V라인 턱선 등 예쁜 외모가 제2의 스펙으로 꼽히며 취업을 위해 성형도 불사하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복원성형은 대개 성형 부작용으로 고통 받는 사람이 하는 수술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화를 살린 자연스러운 얼굴이 개성있는 얼굴로 각광을 받으면서 취업준비생들이 복원수술을 받으려 다시 병원 문을 두드리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성형외과들은‘흔적 없이 쌍꺼풀을 푼다’ ‘복원수술은 성형이 아닌 치료’ 등 자극적인 홍보문구를 내걸고 취업준비생들을 유혹한다. 서울 신사동 A성형외과 관계자는 “연예인들도 방송에서 당당하게 복원사실을 공개하는 시대가 됐다”며 “취업시즌을 맞아 복원수술 문의가 2배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복원수술 증가는 우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확산된 ‘성형 만능주의’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성형이 보편화하면서 비슷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늘어난데다 무작정 연예인의 외모를 좇아 수술대에 누웠다가 오히려 본인의 매력이 반감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꼬집는 ‘강남미녀’ ‘의란성 쌍둥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자 자신만의 특색을 면접관에게 어필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공감대가 자리잡은 것이다.

9년 전 고교 졸업과 동시에 쌍꺼풀 수술을 했던 직장인 홍모(28ㆍ여)씨도 지난 5월 복원수술을 했다. 직장을 옮길 생각을 하던 그에게 의사는 “요즘은 이목구비와 조화된, 자연스러운 눈 라인이 유행”이라며 재수술을 권했다. 홍씨는 절개된 쌍꺼풀 라인을 봉합하고 흉터를 없애는 수술에 200만원을 투자했지만 “예전의 귀여운 눈이 살아났다”며 이직에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 기업들도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채용에 반영하고 있다. B대기업 인사담당자는 “눈이 크거나 콧대가 높은 면접 대상자보다 외모를 억지로 꾸미지 않고 자신감 있게 소신을 말하는 지원자에게 눈길이 가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기업 인사담당자 120명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에서도 응답자 절반 가량이 ‘구직자 성형에 거부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성형만큼이나 복원수술 역시 충분한 고민을 거쳐야 한다고 의사들은 조언한다.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성형수술을 하면 수술부위 주변 조직이 변하게 돼 되돌리는 수술은 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부작용이 크고 완전한 복원도 힘든 점을 감안해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유행이 워낙 시시각각 변하다 보니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가 맹목적으로 남을 따라 하는 일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며 “획일적 기준에서 벗어나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는 청년세대 풍조가 취업시장에도 스며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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