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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팔이 날개로 남은 막내왕자는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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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팔이 날개로 남은 막내왕자는 어떻게 됐을까

입력
2015.07.0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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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조이스 캐럴 오츠 외 40인 지음·캐런트 번하이머 엮음·서창렬 옮김 현대문학 발행·824쪽·2만3,800원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 조이스 캐럴 오츠 외 40인 지음·캐런트 번하이머 엮음·서창렬 옮김 현대문학 발행·824쪽·2만3,800원

안데르센의 동화 ‘백조왕자’는 백조로 변한 12명 오빠의 저주를 풀기 위해 공주 여동생이 쐐기풀로 옷을 짓는 내용이다. 처형대 위에서 조급하게 손을 놀리던 공주는 마지막 옷 소매를 미처 완성하지 못한 채 옷을 던져주고, 막내 왕자의 오른쪽 팔은 백조 날개인 채로 남게 된다. 자, 그 막내 왕자는 어떻게 되었을까.

“날개는 우아했으나 쓸데없이 컸다. 전철에서는 불편했고, 택시는 탈 수도 없었다. 이가 생기지 않았는지 끊임없이 살펴보아야 했고, 날마다 깃털을 하나씩 씻지 않으면 프렌치튤립 같은 크림빛 도는 흰색에서 표면이 거친 우중충한 회색으로 변했다.”

형들이 어엿한 왕자가 되어 화려한 궁중생활로 복귀한 반면 막내의 삶은 저 거대한 날개 때문에 겉돌기만 했다. 궁을 나와 떠돌던 그는 결국 삐딱한 중년 남성이 되어 밤마다 술집에 자리를 펴고, 그의 옆자리엔 300세 넘은 여자가 물고기에게 말을 걸며 금관을 쓴 개구리 왕자가 다신 사랑을 믿지 못하겠단 표정으로 퍼져 있다.

세계적인 작가 41명이 세계 고전동화를 새로 쓴 작품집 ‘엄마가 날 죽였고, 아빠가 날 먹었네’가 출간됐다. 존 업다이크, 조이스 캐럴 오츠, 닐 게이먼, 조너선 키츠, 마이클 커닝햄 등 현대 영미문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들이 동화에서 영감을 받아 각각 한편씩 단편소설을 썼다. 술에 절은 중년의 백조왕자를 탄생시킨 저자는 마이클 커닝햄이다. 퓰리처상 수상작 ‘세월’을 통해 패러디와 오마주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준 작가다. 캐럴 오츠는 ‘푸른 수염’을, 키츠는 러시아 민담 ‘눈 아가씨’를, 프랜신 프로즈는 ‘헨젤과 그레텔’을 이어 쓰거나 뒤틀어 썼다.

이 드림팀 같은 구성을 현실화한 사람은 잡지 ‘동화 리뷰’의 창간인 케이트 번하이머다. 그는 이 잡지를 통해 마법을 다룬 작품을 썼다가 기존 문예지에서 거절 당한 유명한 작가들과 연을 맺었고, 그들에게 고전동화에서 이야깃거리를 얻어 새로운 동화를 써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탄생한 매혹적인 동화들이 이야기의 기쁨을 잃어버린 성인 독자들을 다시 책 앞에 끌어오는 마력을 발휘한다. “모든 위대한 소설은 위대한 동화이다”라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말에서 번하이머는 한 발짝 더 나가 외친다. “모든 위대한 서사는 위대한 동화이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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