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손흥민(24ㆍ토트넘)이 1골-1도움 ‘원맨쇼’를 펼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영국 현지 언론들도 손흥민의 활약에 찬사를 쏟아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의 손흥민은 21일(한국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 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16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64강 재경기 레스터시티 원정전에서 1골 1도움을 올리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11일 FA컵 64강 레스터시티와의 첫 대결에서 2-2로 비겼던 토트넘은 손흥민의 활약으로 이날 재대결에서 승리, FA컵 32강 진출에 성공했다.
오랜만에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39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통렬한 중거리 슛을 날려 선제골을 터뜨렸다. 무회전으로 날아간 공은 상대 골키퍼를 지나 골망을 출렁이면서 이날 경기의 결승골이 됐다. 손흥민이 지난해 12월28일 정규리그 왓퍼드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현란한 힐킥으로 결승골을 뽑아낸 후 5경기 만에 기록한 골이다. 영국매체 데일리 메일은 “손흥민의 슈팅은 시속 108.5㎞ 속도로 골인까지 불과 0.61초가 걸린 대포알이었다”고 전했다.
선제골 이후 자신감을 회복한 손흥민은 후반 21분에는 쐐기골까지 만들어냈다. 페널티지역 전방에서 나세르 샤들리에게 송곳 같은 정확한 패스를 연결해 2-0으로 달아나는 추가골에 결정적인 도움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후반 38분 델리 알리와 교체해 나올 때까지 83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프리미어리그 이적 이후 초반 활약을 보이다 부상에 이은 벤치 신세로 마음고생을 한 손흥민으로서는 분위기 반전의 희망을 보여준 경기였다. 손흥민은 지난해 8월 약 400억원의 이적료로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옮겨 화려한 조명을 받고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올랐다. 이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카라바크(아제르바이잔)전 멀티골과 정규리그 홈 첫 경기 크리스탈 팰리스전 결승골로 ‘400억원의 사나이’로서 제 몫을 다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9월26일 맨체스터시티전에서 왼발을 다쳐 6주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며 침체에 빠졌다. 해리 케인과 델리 알리를 비롯한 주전들이 자리를 잡은 상황에서 손흥민은 좀처럼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매 경기 후반 조커로 투입돼 경기감각을 유지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 시원한 무회전 슈팅으로 득점포를 쏘며 부활의 날갯짓을 했다. 물론 케인과 알리 등 기존 공격진들의 컨디션이 여전히 좋은 만큼 당장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되살리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현지 언론도 손흥민의 활약에 호평을 쏟아냈다. BBC는 손흥민을 이날 경기의 최우수 선수(MOM)로 선정했다. 경기 후 BBC는 손흥민에 대해 “대단히 아름다운 골을 터뜨리며 토트넘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토트넘 입단 후 최고의 83분을 보냈다”고 극찬했다.
유로스포츠 역시 손흥민에게 가장 높은 평점 9점을 부여하며 최우수 선수로 뽑았다. 유로스포츠는 “손흥민은 벼락 같은 골과 결정적인 도움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포백 수비를 무너뜨리는 어시스트는 더욱 인상 깊었다. 그의 미래는 밝다”고 칭찬했다. 토트넘은 경기 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뽑는 최고의 선수 후보 4명에도 손흥민의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은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매우 중요한 경기에서 득점했고 팀이 이겨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톰 캐롤이 좋은 패스를 줬다”면서 “내 슈팅도 매우 좋았고 공 터치도 괜찮았다”고 자평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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