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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의 北주민 탈북 공개 유도 부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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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 대통령의 北주민 탈북 공개 유도 부적절하다

입력
2016.10.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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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일 제 68주년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 주민들을 향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이라며 “언제든 대한민국으로 오라”고 말했다. 북한 정권의 도발과 반인륜적 통치가 종식될 수 있도록 북한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북한 주민들이 인간의 존엄을 존중 받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8ㆍ15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북한 간부들과 주민들을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부터 분리해 통일에 참여하라고 말했지만 북한주민들에게 대놓고 남쪽으로 오라고 촉구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박 대통령이 이처럼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는 데는 북한의 5차 핵실험을 계기로 미국 등 국제사회의 옥죄기가 한층 강해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 정권의 조기 붕괴에 대한 기대가 작용한 듯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굶주림과 폭압을 견디다 못한 북한 주민들의 탈북이 급증하고 있고 북한 체제를 뒷받침하던 엘리트층마저 연이어 탈북하고 있으며 북한 군인들의 탈영과 약탈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우발상황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정권은 붕괴시킬 대상이지 더 이상 대화의 상대가 아님을 박 대통령은 더욱 분명히 한 셈이다.

김정은 정권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매달리는 사이 북한 주민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내부 동요가 심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머지않은 장래에 김정은 체제 붕괴를 기대하는 것은 섣부르다. 중국과 러시아가 알게 모르게 김정은 체제 유지를 뒷받침 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수의 탈북자들도 지금 가해지고 있는 압박으로 김정은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데는 회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김정은 정권의 붕괴를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실효성도 없다. 중국과 미국은 강력한 대북 유엔안보리 제재에 합의하면서 압박의 목적이 대화에 있음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김정은 정권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붕괴 쪽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이런 흐름과도 맞지 않는다. 물론 지금 분위기에서 남북 간에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감정을 자극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대표는 박 대통령의 기념사 중 북한 관련 내용에 대해 “섬뜩한 부분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전했다. 비슷한 느낌을 받은 국민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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