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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강화나서자 미 주요기업 줄줄이 편법 외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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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 강화나서자 미 주요기업 줄줄이 편법 외국행

입력
2015.11.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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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을 통해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기려는 세계최대 제약사 화이자의 뉴욕본사로 23일 한 남성이 들어가고 있다.뉴욕=AP 연합뉴스
합병을 통해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기려는 세계최대 제약사 화이자의 뉴욕본사로 23일 한 남성이 들어가고 있다.뉴욕=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심각한 수준인 재정적자를 메우려고 부자증세 등 조세 강화 정책을 만드는 사이 세계 최대 제약업체 화이자가 세금을 줄이기 위해 편법 해외탈출을 시도하자 미국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23일 미 의회조사국(CRS)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 국세청(IRS)은 현재 연 소득 500만달러(57억원) 상위 부자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부 감사에서 현재 세무조사가 효율적이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감사 당국은 “40만달러 이하 조사에서는 시간당 세금 추징액이 평균 605달러에 불과한 반면, 500만달러 이상에서는 시간당 4,545달러가 더 걷혔다”며 “최상위 계층에 조사요원을 집중 투입, 세무조사의 생산성을 높이라”고 주문했다. IRS는 지난해 연 소득 20만~40만달러 계층 납세자 중 1.5%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 반면, 500만달러 이상 계층은 12.1%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그런데도 500만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한 세무조사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미 의회는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주주 은행에 대한 배당률을 낮추는 것을 고려 중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 Fed는 통화정책에 필요한 자금을 다수의 민간은행에서 주식을 발행해 조달한다. 또 1913년 제정된 관련법은 Fed가 매년 민간 상업은행에 주식 액면의 6%를 배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과거 고금리 시절에는 배당률 6%는 민간 은행의 손실을 의미했으나, 금융위기로 제로 금리가 된 뒤에는 민간 은행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 Fed는 지난해 통화정책 과정에서 1,013억달러(115조원)의 순익을 창출, 이 중 969억달러를 국고로 귀속시켰으나 44억달러는 103년 전 규정에 따라 민간 은행에 지급됐다. CRS는 미 의회 일부에서 배당률을 연 2% 이하로 낮춰 Fed의 순익을 그 만큼 더 국고에 귀속시키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공개했다.

법인세 회피를 위해 이뤄진 미국 주요 대기업의 외국 기업 피합병 사례
법인세 회피를 위해 이뤄진 미국 주요 대기업의 외국 기업 피합병 사례

이처럼 정부와 의회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마른 행주도 쥐어짜는 증세 대책을 고민 중인 와중에 미국 기업들은 법인세를 내지 않으려고 외국에 팔려 나가는 방식으로 해외 탈출을 시도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96억달러ㆍ11조원)이 기업 가치가 12억 달러나 낮은 캐나다 커피체인(팀 호튼)을 사들이면서도 합병 당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본사를 캐나다로 옮긴 데 이어, 미국 최대 제약업체 화이자가 같은 방법으로 아일랜드로 이전하는 계획을 23일 발표한 것이다.

화이자는 이날 주름제거 치료제 보톡스로 유명한 아일랜드 엘러간과의 합병 계획을 내놓으며 새 회사의 본사를 아일랜드에 둘 것이라고 발표했다. 매출액이 각각 500억달러와 130억달러로 4배 가량 크지만, 화이자가 팔려가는 형식이다. 이를 통해 화이자가 납부해야 할 법인세율이 25%에서 20%로 낮아지게 된다.

백악관과 유력 대선 주자들은 화이자의 위장합병을 맹비난하고 나섰다.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조세 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세금을 해외로 빼돌리고 납세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의회가 조속히 세금 해외 빼돌리기를 예방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 대선의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역시 “대규모 실직을 가져올 화이자의 미국 이탈이 역겹다”고 비난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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