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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잘못된 판례들 파헤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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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잘못된 판례들 파헤쳤죠”

입력
2018.06.14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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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석집 낸 박승두 청주대 교수 이상하게 뒤집힌 1ㆍ2심 판결 분석 “노동법이 정치적으로 가장 왜곡”
박승두 교수가 8일 한국일보와 만나 대법원 판례 평석집을 펴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출간된 직후 사법부의 ‘재판거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이 불거지면서 학계와 법조계로부터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승두 교수가 8일 한국일보와 만나 대법원 판례 평석집을 펴낸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출간된 직후 사법부의 ‘재판거래’ ‘사법행정권 남용’의혹이 불거지면서 학계와 법조계로부터 적잖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은 대법원이 정의로운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그런 마음을 모아 과거 잘못된 판례들을 파헤쳐 봤습니다."

최근 ‘대법원의 오늘과 내일’이란 대법원 판례 평석집을 펴낸 박승두(61) 청주대 법학과 교수는 “법치주의를 이끌어야 할 대법원이 오히려 부당한 판결로 불신과 혼란을 초래한다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강한 어조로 사법부를 질타했다. ‘대법원의 오늘과 내일’은 그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을 분석하고 비평해놓은 책이다.

국내 학계나 법조계에서 이런 대법원 판례 평석집을 출간한 것은 박 교수가 처음이다. 그 동안 나온 평석집은 모두 대법원이 홍보용으로 만든 내부 자료집뿐이다.

박 교수는 이 책에서 부당한 대법원 판결을 국내·외 학설 등 근거를 들어 하나하나 뜯어보며 비판하고 있다. 그가 문제가 있다고 보는 판례는 합리적인 1,2심 판결을 정당한 법적 근거도 없이 뒤집은 것들로, 노동법과 관련된 판결이 대부분이다. 이 판례들을 그는 ‘노사자율성을 무시한 판결’ ‘단체교섭권을 왜곡한 판결’ ‘정리해고 요건을 간과한 판결’ ‘민법이론으로 현실을 왜곡한 판결’ 등 테마 별로 나눈 뒤 구체적인 사건 소개와 함께 그 부당성을 조목조목 짚었다.

노동법 전문가인 박 교수는 “우리나라 법 가운데 노동법은 군사 쿠데타 이후 정치적인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가장 심하게 왜곡된 분야”라며 “그렇게 오랫동안 극심한 수난의 역사를 겪다 보니 부당한 판결도 가장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근 ‘재판 거래’ 의혹이 불거진 KTX여승무원 해고 판결에 대해 그는 “아직 그 사건에 대한 연구를 완결 짓지 못해 결론을 내릴 순 없지만, 하급심 판결에 큰 하자가 없는 점으로 미뤄 대법에서 어떤 외부적 요인이 개입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이 든다”고 했다.

박 교수의 대법원 판례 연구는 “어떻게 이런 판결이 가능할까?”란 의문에서 시작됐다. 2007년 청주대 부임 이후 매년 대법원 판례를 하나씩 분석하던 그는 이해할 수 없는 점을 발견했다.

“판례를 파고들수록 이상하다 못해 기형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합당한 1,2심 판결이 대법에서 갑자기 뒤집힙니다. 한데 뒤집힌 법적 근거는 허약하기 짝이 없어요. 도대체 사법부 최고기관에서 어떻게 이런 엉터리 판결을 할 수 있는지 갈수록 의구심만 커지더군요.”

부당 판결의 근본적인 이유가 궁금했던 그는 이번에 대법원의 ‘재판 거래’의혹이 제기된 뒤 어느 정도 그 궁금증이 풀렸다고 한다.

그는 “잘못된 하급심 판례를 바로잡아야 할 대법원이 왜 합당한 판결을 정당한 근거도 없이 뒤집고 왜곡해왔는지, 풀리지 않던 퍼즐이 어느 정도 맞춰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현재 제기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조금이라도 사실이라면 우리 사법부는 참으로 정의롭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과거 군사 정권하에서 군홧발을 닦아주던 사법부가 이제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의를 저버리고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이권에 눈이 먼 시정잡배와 다를 게 뭐 있냐”고 목청을 높였다.

이번 사법부 사태와 관련, 박 교수는 “하루 아침에 일회성으로 고쳐질 병이 절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제도적으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법관 스스로 자긍심을 찾기 위한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책 말미에서 그는 사법정의를 위한 실현 방안으로 ‘무실역행’ ‘위정척사’ ‘멸사봉공’ 등 세 가지 자세를 대법원에 촉구했다.

박 교수는 “대법원은 국가 운영의 최종 심판관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정의로운 판결을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며 “이제라도 과거의 잘못된 굴레에서 벗어나 국민이 신뢰하는 존재로 다시 태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청주=글·사진 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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