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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총대 멘 강성 헤일리, 대권 꿈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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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총대 멘 강성 헤일리, 대권 꿈도 키운다

입력
2017.10.17 17:0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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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이민 2세ㆍ30대 주지사 경력

북한ㆍ이란 강경책 이끌어 내

틸러슨 국무 후임으로 거론돼

공화 경선 땐 트럼프 저격수

외교 ‘모범 답안’ 써내는 스타로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AP 연합뉴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 AP 연합뉴스

일요일 아침 미국 전국방송 시사 프로그램의 단골 게스트는 ‘트럼프 외교의 얼굴’로 통하는 니키 헤일리(45) 유엔주재 미국대사다. 15일에도 ABC와 NBC 방송에 잇따라 출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 준수 불인증의 정당성을 거침없이 설파했다. 이를테면, 이란 핵협정을 흔들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게 주류 언론들의 비판이지만, 그는 되레 “우리가 나쁜 거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완벽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는 것”이라고 되받았다. 북한과 이란 문제에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정확히 읽은 모범 답안이었다.

지난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저격수 노릇까지 했던 헤일리 대사가 어느덧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내각의 간판 스타로 떠올랐다. ‘외교 초보’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걸출한 여성 외교관의 입지를 다지는 동시에 인도 이민 2세ㆍ30대 여성 주지사 등의 경력을 배경으로 한 ‘정치인 헤일리’의 야망도 무럭무럭 뻗어나가는 모습이다. 트럼프 내각에서 힘을 잃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의 후임은 물론, 일찌감치 ‘포스트 트럼프 시대’를 이끌 대권 주자의 이미지도 쌓아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를 주도했던 헤일리 대사는 이란 핵 합의 문제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그 누구보다 결정적인 지렛대 역할을 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내각 대다수가 이란 핵 합의를 유지해야 한다며 대통령을 설득하는 상황에서 헤일리 대사가 이란 핵합의 무력화의 총대를 자청해 맸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에 불만을 품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7월 “이란의 핵 협정 불인증의 기반을 다지겠다”고 자청해,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를 방문하는가 하면, 외부 스피커로서 국내외 여론 조성의 최전선에 나섰다.

이란 핵협정 준수 불인증 사안은 유엔 대사의 업무 영역이 아니다. 때문에 틸러슨 장관과 큰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헤일리 대사는 오히려 내각에서 겉도는 틸러슨을 대체할 후보로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달 “북한이 전쟁을 구걸하고 있다”는 강렬한 언사로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활약을 보이자 포린폴리시(FP)는 ‘렉스는 어디 있나’라는 기사로 그의 국무장관 등용을 예상했다.

외교 경험이 전무한 헤일리 대사가 이처럼 빠르게 두각을 나타낸 배경으로 쾌도난마식 언변뿐만 아니라 탁월한 이견 조율 능력, 상황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는 정치적 감각이 꼽히고 있다. 프랑수아 델라트르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헤일리 대사가 14명의 안보리 외교관들을 지휘하는 모습을 거론하며 “그는 매우 다른 세계를 하나로 화합시키는 데 달인(master)이다” 고 찬사를 보냈다.

인도 펀자브주 출신 이민 가정에서 태어난 헤일리 대사는 클렘슨대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후 모친이 운영하는 의류회사에서 회계업무를 보다 2004년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원의원에 당선됐고 2010년 38세의 나이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최초의 여성 주지사에 올랐다. 시크교 신자였던 그는 정치적으로 성장하면서 군인인 남편을 따라 감리교로 개종했다. 주지사 시절 주의사당 앞에 게양된 남부연합깃발을 역사적 유산으로 옹호하다가, 2015년 찰스턴 흑인교회 총기 난사 사건이후 이를 철거하는 조치를 취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에 대해 “여러 번에 걸쳐 자신을 재창조했다”고 평했다.

대선 경선시 트럼프 후보의 반 이민 정책을 비판했던 헤일리 대사는 이제 이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지난 8월 인종 갈등을 야기했던 샬러츠빌 폭력 사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양비론적 언급에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그는 기후변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를 옹호하는 이중적인 모습도 보였다. 이는 그가 ‘공화당의 오바마’ 대신 ‘포스트 트럼프’의 길을 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이견 조율 능력과 상황 적응력은 “어린 시절 마을에서 인도 가정은 우리뿐이었다”는, 그의 성장 환경에서 비롯됐는지 모른다. 지난달 18일자 타임지 표지 모델을 장식한 헤일리 대사는 인터뷰에서 5살 때 어린이 미인 선발대회에 나갔다가 흑인 퀸 1명, 백인 퀸 1명만 뽑는 수상 규정으로 아예 자격을 박탈당했던 경험을 거론하며 “당시에는 내가 왜 그 그룹의 일부가 될 수 없는지 알고 싶었다”고 어린 시절의 상처를 드러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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