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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높아진 기대치? 그럼 또 반전의 연기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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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높아진 기대치? 그럼 또 반전의 연기 해야죠"

입력
2016.05.2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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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작품이라 단번에 오케이 했다가 생고생”

혹독한 일어 공부… 일본인으로 착각할 정도

동성애, 노출까지 과감히 도전 ‘파격연기’ 돋보여

김민희는 “박찬욱 감독님과는 꼭 한번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며 “배우에 맞춰서 개성을 살려주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인턴기자
김민희는 “박찬욱 감독님과는 꼭 한번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며 “배우에 맞춰서 개성을 살려주시는 분”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인턴기자

치열한 6개월이었다. 배우 김민희(35)에게 영화 ‘아가씨’(6월 1일 개봉) 촬영 현장은 그랬다. 박찬욱 감독이 보내온 시나리오에 반해 단번에 “오케이”는 했지만, 그 다음부터 고난의 시작이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아가씨’에는 일본 귀족 히데코(김민희)의 이중, 삼중 생활이 숨겨져 있다. 히데코는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고 이모부(조진웅)를 후견인으로 둔 온실 속 화초 같은 여자다. 하지만 꽃 장식을 걷어내면 한없이 고된 역할이기도 하다.

2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민희는 “극중 일본인이었기에 일본어 연기를 하는 것도 힘들었고, 노출신 베드신도 쉽게 하는 여배우가 어디 있겠나”라고 털어놨다. 여기에 “동성애 연기 등 변화무쌍한 감정들까지 소화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첫 관문은 일본어였다. ‘아가씨’의 대사 60% 이상이 일본어로 채워져 있어서 배우들은 철저하게 일본어를 구사해야만 했다. 특히 김민희는 영화 초반 30분 분량에서 혼자 일본어 연기를 펼친다. 목소리만 들으면 일본인이 아닌가 할 정도로 완벽하다. 마치 더빙을 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혹독한 연습과 훈련의 결과였다.

“촬영하기 3개월 전부터 일본어를 공부했어요. 박 감독님이 끊임없이 요구했던 부분이었죠. 촬영장에도 일본어 선생님이 항상 대기했을 정도니까요.”

일본어는 김민희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일어 특유의 억양과 정확한 톤을 구사해야 했다. 자칫 감정을 섞었다간 “틀렸다”는 지적이 날아들었다. 그렇게 공격적으로 일어와 싸웠다. 오죽했으면 일본 서책을 낭독하는 장면을 즐기면서 했을까. 3부로 나뉜 ‘아가씨’에서 2부 시작할 때 일어 내레이션이 한국어로 바뀐 건 두고두고 아쉽다고 했다.

영화 ‘아가씨’에서 일본 귀족 아가씨를 연기한 김민희와 그녀의 재산을 노린 백작 역의 하정우.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아가씨’에서 일본 귀족 아가씨를 연기한 김민희와 그녀의 재산을 노린 백작 역의 하정우.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민희는 영화 ‘아가씨’에서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나와 눈길을 사로잡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김민희는 영화 ‘아가씨’에서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나와 눈길을 사로잡는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일어와의 사투로 시작한 ‘아가씨’는 동성애 연기로 김민희를 안내했다. 배우 인생에서 처음 도전하는 동성애 코드였지만 막상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그 심각성(?)을 몰랐다고 한다. “박 감독님과의 작업은 한번 해보고 싶었다”는 그는 “워낙 색이 강하고 영화가 독특하다고 생각했고, 배우의 다른 모습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는 분 같았다”고 했다.

재미있는 시나리오에 정신이 팔려 노출이나 베드신 걱정은 나중 일로 미뤄놨던 것이다. “노출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그 때는 굉장한 용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배우로서 욕심나는 캐릭터였고요. 한번 해보면 배우 인생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죠. 동성애라고 다른 시선으로 보진 않았고 또 다른 사랑이라 여기고 연기했어요.”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하녀 숙희 역을 꿰찬 신인 김태리의 밝고 명랑한 성격도 김민희의 걱정을 덜어줬다. 스스럼 없이 선배 김민희에게 먼저 다가온 김태리는 현장에서도 “가장 편안한 친구”였다고. 김민희는 “서로 친밀감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연기로 풀어갔던 것 같다”고 했다.

그나마 귀족 아가씨로 변신했을 때는 드레스 등 화려한 의상 덕에 기분 전환이 됐다고 했다. “영화 속에서 예쁜 옷 입은 건 처음”이지만, 그 일에도 고충이 따랐다. 옷이 구겨질까 봐 쉬는 시간에도 편히 앉아있을 수 없었고, 치마가 바닥에 끌릴까 봐 5~6개의 집게로 치마자락을 고정한 채로 있어야 해서 “마치 종이학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김민희는 그렇게 ‘아가씨’에 모든 걸 쏟아 부었다. 영화계에서는 “김민희의 연기력이 절정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왔다. 최근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69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아도 손색없을 연기라는 찬사도 받았다. ‘아가씨’가 배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될 만도 하다.

영화 ‘아가씨’에서 일본 귀족 히데코 역을 연기한 김민희. 이정현 인턴기자
영화 ‘아가씨’에서 일본 귀족 히데코 역을 연기한 김민희. 이정현 인턴기자

하지만 김민희는 덤덤했다. 모든 작품에서 노력할 뿐 하나만 특별하진 않다는 것. “영화 ‘화차’때도 배우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연기였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굿바이 솔로’ 때부터 연기에 재미를 느꼈고 인정도 받았죠. 그렇게 12년을 연기하면서 매 작품이 소중해요.”

패션 모델을 거쳐 배우로 거듭나기까지 순탄했던 건 아니었다. KBS 드라마 ‘학교2’(1999)로 데뷔해 SBS ‘순수의 시대’에 출연했을 때는 국어책을 읽는 것 같다는 ‘발연기’로 대중의 질타를 받았다. 그러다 영화 ‘뜨거운 것이 좋아’로 충무로에 입문해 ‘화차’ ‘연애의 온도’를 만나면서 연기의 결을 다졌다. 박 감독 역시 두 영화를 보고 김민희에게 러브콜을 보냈다고 한다.

앞으로 대중의 기대치가 더 높아질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시원스레 답했다. “그럼 또 반전 있는 연기를 해야죠.(웃음) 부담을 갖고 하면 못할 것도 같지만요. 사실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 연기를 한다면 오히려 방해가 될 거예요. 그저 캐릭터에 집중하고 감정에 충실하면 좋은 결과는 따라오는 것 아닐까요?”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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