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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도 안되는데 무작정 졸업하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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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도 안되는데 무작정 졸업하라니…"

입력
2015.01.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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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립대, 새 학기 학칙 바꿔 "대학평가, 등록금 수입 위한 꼼수" 지적

일부 사립대학들이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모두 딴 학생들이 졸업을 미룰 수 있게 하는 ‘졸업유예제도’를 폐지해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재학생 신분이어야 취업에 유리한 학생들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등록금을 내고 수업을 듣거나 취업에 대한 불이익을 감수하고 졸업을 해야 할 처지다.

5일 이화여대에 따르면 학교 측은 학칙을 개정해 2015학년도 1학기부터 정규 8학기 이상을 등록해 졸업 학점을 모두 채운 학생들에게 학사학위를 수료했다고 인정하는 ‘과정수료제’를 신설했다. 과정수료제가 도입되면 졸업 요건을 채운 학생들은 졸업을 하거나 학사학위 과정 수료 중 한가지를 선택해야 해 재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없게 된다.

학생들은 취업난이 심화되자 취업에 유리한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기 위해 졸업논문을 내지 않는 식으로 졸업을 미뤄 왔다. 그러나 앞으로 재학생 신분을 유지하려면 60만원에 달하는 수업료를 내고 다음 학기 강의를 들어야 한다.

서강대도 졸업 필수 요건 중 하나인 공인 영어 시험 성적을 제출하지 않고 졸업을 미루는 학생들이 늘자 이 요건을 없앴다. 건국대는 학생회와 논의해 졸업논문을 제출하지 않으면 졸업을 유예할 수 있는 요건을 없애 새 학기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학칙 변경에 반발하고 있다. 이화여대 인문계열 4학년 김모(26)씨는 “기업들이 재학생을 선호하고 공모전 등 취업 준비를 위한 활동도 재학생들만 참여할 수 있어 졸업을 미룰 수밖에 없다”며 “몇 년째 취업이 안 되는 학생들이 수두룩한데 무작정 졸업을 하라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취업난으로 지난해 한차례 졸업을 연기했던 이모(24)씨는 “학교에서 재학 증명서를 떼어 준다고는 하지만 취업에 혹시 모를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된다”며 “졸업생도 아니고 재학생도 아닌 상태가 불안해 다음 학기에 돈을 내고 수업을 들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는 재학생 수를 줄여 교육부의 대학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등록금 수입도 높이기 위한 대학들의 꼼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학교육연구소 관계자는 “대학평가지표 중 전임교원확보율은 재학생 수 대비 교직원 수를 따지기 때문에 재학생을 줄여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며 “평가 결과에 따라 정부 재정 지원이 제한되고, 정원도 감축되기 때문에 대학들은 1점이라도 높이기 위해 각종 수단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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