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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축구는 되고, UFC는 안돼? UFC 서울 ‘국뽕’ 논란

입력
2015.11.3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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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이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현이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경기에 앞서 몸을 풀고 있다. 연합뉴스

“UFC에 ‘대한민국~!짝짝짝짝짝!’이 웬 말인가.”

“홈에서 자국 선수 응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

2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벌어진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에 난데 없는‘국뽕’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국뽕은 국가와 히로뽕를 합친 신조어로, 무조건적으로 조국을 찬양하거나, 국가에 대한 과도한 자긍심에 도취된 상황을 조롱할 때 쓰이는 표현입니다. 팀에 대한 소속감, 또는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바탕으로 한 스포츠 경기에서도 국뽕논란은 단골 소재입니다. 한국 선수라고 하면 잘하든 못하든 무조건 두둔하고 편드는 팬심을 비난할 때 자주 등장하지요.

한국에서 처음 열린 UFC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이날 올림픽체조경기장은 1만2,156명의 격투기 팬들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당연히 관중은 일방적인 ‘한국편’이었습니다. 한국 파이터들이 승전보를 올릴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함성이 터졌고, 심지어 축구 국가대표팀의 A매치 경기에서 들릴 법한 월드컵 응원 구호까지 들려왔습니다. 특히 재일동포 추성훈(40ㆍ일본)이 알베르토 미나(33ㆍ브라질)에 판정패 당하자, 심판진을 향한 야유가 터져 나왔습니다. 어머니가 한국인인 ‘친한파’ 벤슨 헨더슨(32)과 조지 마스비달(31ㆍ이상 미국)과의 대결에서도 관중 대부분은 헨더슨의 이름을 연호했습니다. 이에 대해 일부 네티즌들은 국가대항전도 아닌 UFC에서 관중들이 지나치게 편파적인 응원을 벌인다며 ‘국뽕’이라 비난했습니다.

승리를 확신하며 기뻐하는 함서희. 연합뉴스
승리를 확신하며 기뻐하는 함서희. 연합뉴스

하지만 정작 옥타곤(8각형 경기장)에 올라선 한국 파이터들은 단 하룻밤 만에 쌓여왔던‘원정의 설움’을 날린 모습이었습니다. 대한민국 ‘1호’ UFC 파이터 김동현(34)은 아예 태극기를 목에 두르고 등장했습니다. 도미닉 워터스(26ㆍ미국)를 TKO로 제압한 김동현은 옥타곤을 빙빙 돌며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경기를 끝내고 기자 회견실에 들어선 그는 아직까지 홈 그라운드의 뜨거움에 달아오른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김동현은 “원정 경기에서는 적지에 있다 보니 승리하고 나서 좋아하는 것도 민망했다. 항상 호텔에 돌아와서 조용히 기뻐하곤 했다”면서 “오늘은 옥타곤 위에서 마음껏 승리를 즐겼다”고 털어놨습니다. 샘 시실리아(29ㆍ미국)을 1분30초 만에 제압하는 깜짝 활약을 펼친 최두호(24) 역시 “오늘은 싸우러 간다는 느낌보다 축제에 온 것 같았다. 평소보다 긴장도 덜 됐다”고 말했습니다. 유일한 여성 파이터였던 함서희(28)도 수많은 남성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을 독차지 했고, 홈경기에서 첫 승을 맛보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이들에게 홈 관중의 열렬한 응원은 어쩌면 여태 경험해보지 못한 ‘그리움’과 같았습니다.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9경기에서 추성훈이 브라질 알베르토 미나에게 안면 공격을 성공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서울' 9경기에서 추성훈이 브라질 알베르토 미나에게 안면 공격을 성공시키고 있다. 연합뉴스

알베르토 미나에게 1-2로 판정패 한 추성훈은 “졌지만 행복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는 “2라운드에서 거의 쓰러질 뻔했지만 한국 팬들의 응원으로 일어나 3라운드까지 싸울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파이터들이 느낀 감동 속에서 국뽕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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