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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악 상황 대비한 지진 대응시스템 다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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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악 상황 대비한 지진 대응시스템 다듬어야

입력
2016.09.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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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공포가 한반도를 엄습했다.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은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한반도 내륙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다. 진앙에서 300㎞ 이상 떨어진 서울은 물론 제주도 등 전국에서 강력한 진동이 감지됐다. 다행히 건물이 무너지거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의 피해나 인근 월성ㆍ한울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에는 이상이 없었다.

이번 지진은 북한이 실시한 5차 핵실험보다 위력이 50배나 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TNT폭탄 50만톤이 단숨에 폭발하는 엄청난 위력이었다. 그런데도 피해가 경미했던 것은 진원의 깊이가 15㎞로 비교적 깊었던 데다 지진으로 방출된 에너지가 지표면의 진동(지진동)을 부르기 어려운 고주파 영역에 주로 몰려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일 진원이 조금 더 얕고 저주파 에너지가 대량으로 방출됐다면 건물 붕괴 등 큰 피해가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기상청은 이번 강진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규모 6.5 이상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한다.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뜻은 이해하지만, 언제까지 행운에 기대하라는 말인지 안타깝다. 더욱이 정부는 국민이 두 차례의 강진과 잇따른 여진으로 혼란과 공포에 떠는데도 정확하고 신속한 안내에 실패하는 등 취약한 재난 대응 능력을 다시 드러냈다. 국민안전처는 지진 발생 9분이 지나서야 영남 일부 지역에만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답답한 국민이 국민안전처 홈페이지에서 상황을 알아보려 했으나 4시간 가까이 먹통이었다. 재난방송 주관 방송사인 KBS를 비롯해 방송사들도 지진 대피 요령과 피해 상황을 신속히 알릴 생각은 않고 드라마 등 정규 방송을 그대로 내보내 빈축을 샀다.

학계에서는 한반도가 결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며 더 큰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한다. 최근 지진 발생이 잦아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1978~98년 20년 동안 매년 평균 19.2회 지진이 발생했으나 99년부터 지난해까지는 47.8회나 됐다. 특히 2013년에는 규모 3.0 이상 지진 18회를 포함, 95회에 이르렀다. 한반도 동남부 지역에 활성단층이 60여개나 있어 언제든 강진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 등에서도 규모 7.0으로 추정되는 강진이 발생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7월 울산 앞바다의 규모 5.0 지진 등 해역 지진이 잦은 것도 우려를 더한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지진 대응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내진 설계 대상 건축물 29만4,000여개 중 기준을 충족한 경우는 26.6%에 불과하다. 그간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 탓에 교량 터널 등 주요 시설물은 물론 재난대피시설인 학교조차 대지진에 무방비 상태다. 정부는 건축물의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지진 대응 매뉴얼을 다듬어야 한다. 특히 양산 활성단층대 부근의 원전과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의 안전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최근 건설이 허가된 신고리원전 5ㆍ6호기를 합치면 이 일대에는 세계 최대인 총 10기의 원전이 밀집해 있다. 기후 변화와 환경문제로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을 줄여 나가는 세계적 추세를 고려, 에너지정책도 원점에서 새로 짜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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