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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박근혜-최순실 이후’는

입력
2016.12.2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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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이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와 시기에 따른 불가측성이 한국사회 전반에 불안감을 증대시키고 있다. 첫째 황교안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행보와 야당의 충돌 가능성이 변수다. 황 대행은 국무총리로서 헌법에 따라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위치에 있다. 선출 권력이 아니므로 당연히 권한대행으로서의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 그러나 황 총리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사드 배치 및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기조를 유지하려 한다면 의회 권력의 중심인 야권과의 불화는 불가피하다.

둘째, 개헌을 둘러싼 대선주자들 셈법의 차이다. 대선 전 개헌의 성사 여부를 섣불리 재단할 수 없지만 권력구조에 대해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합의가 도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현행 체제에서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새누리당에서 분화한 ‘보수신당’과 제3 지대 세력에게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 가능성은 열려있다. 개헌 가능성이 물리적으로 높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개헌 논의가 식지 않는 이유이다.

셋째, 탄핵 정국 이후 한국사회의 변화를 어떻게 추동할 것인지에 대한 로드맵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 개헌의 범위에 대한 합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권력구조 개편에 그칠 것인가, 권력기관들에 대한 임명 구조의 변경과 그 밖의 시민사회 다양화를 반영할 다당제로의 개편 등을 포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찾기 어렵다. 기본권 보장과 지방분권의 강화를 헌법에 담을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혁파하자는 공감대는 형성되어 있으나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의 실체는 권력구조보다는 검찰, 경찰, 국세청, 국정원 등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사정 기관들이 민(民)의 통제 밖에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경제력의 집중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재벌 소유지배구조의 변화에서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한다. 정치권력을 감시하는 사정 권력이 최고권력의 인사권에 좌우되고, 현재의 재벌 소유구조가 잔존한다면 한국사회의 변화를 추동할 수 없다. 개헌이 시대적 당위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지 못하는 이유이다.

광장의 촛불은 헌재의 빠른 인용 결정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민심은 현재 대의제 민주주의에 더 이상 한국사회의 주요 아젠다를 맡길 수 없다는 메시지도 강력하게 표출하고 있다. 한국사회의 격차와 부정의를 타파하기 위한 일대 혁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혁명 과정을 종식시킨 1794년의 테르미도르의 반동은 혁명적 변화가 얼마나 치밀하고 주도면밀해야 하는지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프랑스 혁명 정신을 지우고 유럽의 복고체제 수립에 앞장섰던 오스트리아의 메테르니히가 주도한 빈 회의와 같은 반동의 역사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시사한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로 쟁취한 절차적 민주주의의 첫 수혜자는 1979년 12ㆍ12 쿠데타를 주도했던 신군부의 주역, 노태우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개혁은 항상 기득권의 저항에 노출되어 있다.

특검과 국정농단 세력 재판 등의 사법적 절차의 진행이 지지부진하고, 헌재의 심리 지연과 정치권에서의 개혁 부진 등이 맞물리면 시민의 정치적 에너지는 혁명적 변화를 모색할 것이다. 촛불 민심은 박 대통령 즉각 하야를 포함한 황 총리 퇴진, 신속한 헌재 심판, 박 대통령 정책 폐기와 개혁 정책의 추진 등으로 외연을 확대해 나갈 개연성이 높다.

국민에 의해 선출된 리더십의 출범 이외에 정치 사회적 불안정성을 메꿔 나갈 방법은 없다. 국민의 절대다수와 국회가 압도적으로 가결한 탄핵소추의 최종 결정이 헌재의 9명의 재판관에 달려있다는 역설은 한국사회의 개혁의 당위성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선을 의식한 보수지배연합 등의 정치 공학은 한국사회의 강고한 지배 카르텔의 강화를 낳을 수 있다. ‘세월호 이후’는 혁신적 변화를 추동하지 못했다. ‘박근혜-최순실 이후’ 한국사회는 달라질 수 있을까.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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