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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언제까지 ‘종북’ 프레임에 기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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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언제까지 ‘종북’ 프레임에 기댈 건가

입력
2018.03.05 19:0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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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다. 비판은 주로 여권에 집중된다. 집권세력은 야당에 비해 정책수립과 집행능력, 정보 등 정치적 자원에서 압도적 우위에 있을 뿐만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제한적으로 위임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핵 국면과 정권교체 이후 여야 지지율 격차의 심화에서 보듯 오히려 야권이 여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판에 더 노출돼 있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당은 민주주의 정치과정의 핵심 요소다. 정당정치를 중심으로 선거경쟁이 이루어지고 선거결과에 대한 불가측성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요체이기 때문이다. 선거는 복합적인 변수의 결과물이다. 선거가 임박한 시점의 정치적 환경과 국내외적 변수, 특정 이슈의 돌출 등 수많은 변수들 때문에 선거결과는 예측하기 어렵다.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이런 상황을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선거경쟁을 토대로 견제와 비판이라는 민주주의의 자정 기능이 유지될 수 있다. 정당지지도에서의 여야의 압도적 차이는 정당 경쟁 자체를 무의미하게 함으로써 정당체제를 건강하게 유지시키지 못하게 한다. 한국당의 지지율 정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치의 장이 경쟁적이 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유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이어지는 각종 국정농단 진상규명 과정에서 촛불혁명의 시대사적 의미와 과제에 대한 함의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에서 북핵 이슈로 극우 냉전주의자들과 강경 안보세력의 지지를 통해 선거국면을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선거공학은 합리적 보수의 지지를 견인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당은 사회경제적 변화를 추동할 의지와 인식을 갖춘 수권 대안 세력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안보 이슈로 정당의 명맥을 이어가려는 구태와 현 정권의 안보정책에 대한 맹목에 가까운 반대는 한국당을 더 나락으로 빠뜨릴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 헌정사상 이러한 야당의 존재를 찾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야당은 영어로 ‘opposition party’다. ‘반대하는 당’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여야의 정치공방에서 야당의 비판은 다소 과하더라도 묵시적으로 용인되고, 정치공세란 이름으로 합리화되며, 정치적 언어라는 정치문법에 의해 정당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북핵위기와 국정농단에 대한 사법적 단죄 과정에서 제1야당의 인식은 보편적인 정치적 인식과 사회적 통념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고 있다.

안보 보수를 동원해 지지층 결집에 당의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한국당은 지난 정권의 집권당으로서 아직도 국정농단에 대해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방남에 대한 비판에서 청와대 참모진을 ‘종북 주사파’로 칭하고, 지난 정권의 권력자에 대한 진상규명 등을 정치보복으로 프레임화하려는 선거공학은 유권자의 보편적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다.

제1야당의 끝없는 추락은 여당의 지지율 고공행진과 무관치 않고 정당체제에서의 경쟁 자체를 무위로 돌리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게 한다. 건강한 정당체제 없이 민주주의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한국당은 종북과 정치보복 프레임을 거두어야 한다.

내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민주공화제를 천명한 임시정부 출범 1세기를 앞두고 아직도 냉전시대 진영 논리에 매몰돼 있다면 하루 속히 구각을 깨고 나와야 한다. 해방공간에서 미 군정이 등용했던 친일 경찰과 관료가 개발독재시대 압축성장의 결과인 기득동맹과 조응했던 역사는 한국현대사의 어두운 그늘이다. 한국현대사 음영의 응축물이 한국당을 지탱하는 세력의 주축이라면 이제 그 구조와 카르텔을 해체해야 한다. 한국당이 건강해야 여당도 강해지고 한국의 민주주의와 안보도 튼튼해 진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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