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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배워야 할 북한의 중일 균형외교

입력
2014.08.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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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2 대 72’

최근 남북한에 대한 중국의 속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숫자다. 전자는 중국 외교부가 윤병세 외교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의 지난 8일 양자 회담 소식을 전하며 사용한 글자 수고, 후자는 리수용 북한 외상과 왕 부장의 10일 회담을 소개하며 할애한 양이다. 북중 양자 회담은 리 외상 부임 후 중국 외교 수장과의 첫 만남이었지만 중국은 이를 단 한 줄의 사진설명으로 처리했다. 전통적 우방인 북한을 사실상 푸대접한 것으로, 북중 관계가 얼마나 냉랭한 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취임 후 북한보다 먼저 지난달 초 우리나라를 방문한 것도 중국이 이제 북한보다 남한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신호란 게 일반적 평가다. 반면 북중 관계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방중 의사를 밝혔으나 시 주석이 북핵을 이유로 이를 거부한 뒤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관측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소식통은 “예전에는 북한에서 중국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 중국이 북한을 달래곤 했는데 이번엔 그런 시늉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남북 외교전에서 우리가 승리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무엇보다 한중 관계의 개선은 우리보다 중국에게 더 절실하단 점을 상기해야 한다. 우리가 잘해서 한중 관계가 좋아진 게 아니라 중국의 필요에 의해서 그렇게 된 측면이 강하단 얘기다. 사실 중국과 주변국 관계는 온통 지뢰밭이라고 할 수 있다. 2012년9월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이후 중국과 일본의 관계는 당장 교전이 벌어져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일촉즉발 상황이다. 국내총생산(GDP) 총액 규모로는 세계 2위라고 하나 1인당 국민소득으로 보면 아직도 갈 길이 먼 중국으로서는 중일 관계 악화에 따른 일본의 공백을 대신해 줄 국가가 필요하다. 한국은 일본을 갈음할 수 있는 강력한 후보다. 중국은 베트남과도 사이가 안 좋다. 지난 5월 베트남에서는 격렬한 반중 시위가 벌어져 중국인이 최소 2명 이상 숨지기도 했다. 중국과 필리핀도 얼굴을 붉히고 있다. 남중국해 거의 전부가 중국 영해라는 중국의 억지는 제3자도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도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미국과 일본의 포위망이 좁혀져 오면서 중국은 한국을 통해 이 봉쇄선을 뚫을 수 있을 지도 타진하고 싶어 한다. 중국이 하얼빈(哈爾賓)에 안중근 기념관을 설치해 주고 시안(西安)에도 광복군 제2지대 표지석을 세워 주는 등 항일 역사 공조를 내 세워 우리에게 매력 공세를 펴는 이유다. 상대방 의도를 정확히 간파한 뒤 대응해야 위태롭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북한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펴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일 사이에서 균형감을 상실한 채 일본이란 또 하나의 전략적 자산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북한은 중일 사이에서 나름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다. 북중 관계와 중일 관계가 모두 최악인 상황에서 북일의 만남은 절묘한 한 수가 되고 있다. 겉으로는 내색을 안 하고 있지만 북한의 ‘배신’에 중국 지도부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대북 압박 국제 공조에 구멍이 뚫렸단 점에선 우리도 타격이 적잖다. 최근 미얀마에서 열린 아시아지역안보포럼에서는 우리가 보는 앞에서 북일 외교장관 회담까지 진행했다. 특히 북한은 일본에 손을 내밀면서도 8ㆍ15 성명에선 일본의 우경화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중국과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중국과 잘 지내는 것은 우리 경제와 안보에 중요하다. 그러나 중국이 우리에게 더 다가오게 하기 위해서도 일본이란 카드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편식이 병을 부르듯 너무 한쪽으로 치우친 외교는 국익을 해칠 수도 있다. 중일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때다.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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