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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꽃보직과 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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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꽃보직과 빽

입력
2016.07.2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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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가장 편한 보직 중 하나는 당번병이다. 흔히 ‘따까리’라 불리는 지휘관 당번병은 사역이나 훈련에서 열외 돼 일반 사병의 부러움을 산다. 하지만 아무나 넘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말귀를 척하면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가방 끈’이 길어야 하고 ‘빽’도 든든해야 한다. 장성 지휘관 운전병도 당번병 못지않은 ‘꽃보직’에 들어간다. 사생활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데다 수족처럼 부리기에 지휘관이 잘 챙겨준다. 내무반이 아닌 사택에서 잠을 자고 식사도 짬밥이 아닌 사제밥을 먹는 경우가 많다.

▦ 의경은 일반 군대에 비해 자기 계발시간이 보장되고 외출ㆍ외박 기회가 많다는 장점 때문에 인기가 높다. 2011년 1.7대 1이던 의경 선발 경쟁률은 지난해 평균 17.4대 1까지 치솟았다. ‘의경 고시’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지방경찰청 별로 선발하는 점을 노려 여러 군데를 옮겨 다니는 지원자들도 있다. 의경 가운데서도 경찰 고위간부 운전병은 최고의 보직으로 꼽힌다. 상관이 업무상으로 나갈 때만 운전을 해 육체적 피로도 적고 개인 시간도 많다. 반입 금지 품목인 휴대폰 소지가 가능한 것도 큰 혜택이다.

▦ 군대 배치 과정에서 부모의 배경이 작용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몇 년 전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정부 고위공직자 자녀의 40%가 좋은 보직에서 병역을 이행했거나 복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엔 총경 이상 경찰 고위간부 자녀의 절반가량이 의경으로 재직 중이라는 조사도 나왔다. 경찰청이 지난해 의경선발 방식을 무작위 추첨으로 바꿨지만 일부 보직은 여전히 추첨이 아니라 개별심사를 통해 뽑고 있다. 자대 배치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금수저’들은 자신이 어디로 갈지 알고 있다고 한다.

▦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이 복무 중인 서울경찰청 차장 운전병은 의경 가운데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꿀보직이다. 주변에선 진작에 “역대급 빽이 온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꽃보직으로도 모자라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외박을 나왔다니 ‘신의 아들’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우 수석은 아들 특혜 의혹에 “유학 중인 아들을 불러 군대 보냈는데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좋은 보직은커녕 의경 자리 하나 못 만들어 주는 다른 부모들의 심정을 알고나 하는 소린지 모르겠다.

이충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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