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관례” 주장하지만 지난해는 선물 안 돌려 모순
2021년 제59회 경북도민체육대회 유치전에 나선 경북 지자체 공무원과 체육회 임원이 경북체육회 이사들에게 대가성 선물을 돌려 논란(2월13일자 12면)을 빚고 있으나 경찰 수사는 한달이나 감감무소식이다.
14일 경북 체육계 인사들에 따르면 도민체전 유치 신청 도시인 울진군의 N 공무원과 김천시체육회 임원 H씨는 설을 앞두고 대게류와 호두 선물세트 등을 경북도 공무원과 경북체육회 이사 등에게 보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이사들이 “선물의 성격이 의심스럽다”며 반납하기도 했다.
이에대해 경북도 관계자 등은 “관례적인 명절 선물”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지난해 설과 추석 때는 아무 선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선물은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경북경찰청은 대가성 선물제공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관계 기관의 감사결과나 고소ᆞ고발, 수사의뢰 등이 있어야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혀 수사의지를 의심케하고 있다. 특히 명절 선물 택배 운송장이 36매나 발견됐는데도 압수조차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경북체육회는 지난달 26일 도민체전 유치전에 뛰어든 김천과 예천, 울진 3개 지자체 관계자를 경북 경산시 경북체육회 사무실로 불러 공정협약식을 체결했으나 예천이 불참해 반쪽짜리 전시행정으로 전락했다.
예천군은 설 명절 때 선물을 돌린 김천 울진과 함께 공정협약식을 맺는 것이 난센스라며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학 예천군체육회 상임부회장은 “선물로 로비전을 펼치는 등 불법을 자행한 울진 김천과 새삼스럽게 협약을 체결하는 건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체육인 권모(47)씨는 “체육대회 개최지와 관련한 유치 경쟁이 해마다 복마전이 되고 있는데 개선의지는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며 “이번 설 선물은 도민체전 유치를 위한 대가성 선물이 뻔한데 경찰이 소신도 없이 고소, 고발만 기다리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성토했다.
한편 2017년 포항시체육회 관계자는 전국체전 유치전에 뛰어들어 전복과 멸치 등을 돌렸다가 경찰조사를 받았다. 당시 경찰은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면서 지금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경북경찰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으나 조사도 해보지 않고 뜸만 들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류수현기자 suhyeonry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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