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하 기자

등록 : 2017.12.04 18:15
수정 : 2017.12.04 19:48

'메트 오페라 전설' 제임스 러바인의 몰락

30년전 10대 소년들 성추행 드러나... 정직 처분

등록 : 2017.12.04 18:15
수정 : 2017.12.04 19:48

제임스 러바인이 2006년 7월7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레녹스에서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를 지휘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클래식 거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40년 넘게 쌓은 빛나는 업적이 성추행 폭로로 한 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미국 대표 오페라단인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메트 오페라)의 전설 제임스 러바인(74)이 처한 현실이다.

4일(현지시간) AP AFP통신 등에 따르면 메트 오페라는 몇 건의 성추행 의혹이 있는 유명 지휘자인 러바인 명예예술감독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다. 러바인은 지난해까지 40년 동안 메트 오페라의 예술감독으로 일하며 자신이 속한 오페라단을 명문으로 이끌었다. 미국 사회를 흔들고 있는 성추행 폭로 파문이 러바인의 정직으로 클래식계로도 번지게 됐다.

메트 오페라의 정직 처분에 앞서 지난 2일 미 일간 뉴욕포스트는 러바인이 30년 전 15세 소년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으며 러바인이 이 같은 내용으로 지난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간 뉴욕타임스는 3일 러바인에게 앞의 소년처럼 성추행 당한 피해자 3명이 추가로 있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성추행 당시 10대 학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트 오페라의 정직 처분은 뉴욕타임스 보도가 나온 이후 이뤄졌다. 메트 오페라에 따르면 러바인은 모든 성추행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피터 겔브 메트 오페라 단장는 “러바인이 이번 시즌 무대에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뉴저지에서 연방검사로 일한 로버트 클리어리를 성추행 관련 조사를 위해 고용했다”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클리어리는 1990년대 대학 등에 무작위로 폭탄장치가 담긴 소포를 보내 사상자를 냈던 ‘유나바머’ 사건 담당 검사로 유명하다.

러바인은 메트 오페라의 대중화에 기여하며 오페라계의 전설이 됐다. 일명 ‘쓰리 테너’(플래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함께 공연하며 자신과 오페라단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미국 언론은 1일 메트 오페라에서 공연된 베르디의 ‘레퀴엠’이 사실상 러바인의 마지막 무대가 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러바인은 파킨스병 투병으로 지난해 예술감독에서 물러나 명예예술감독으로 일해왔고 젊은 연주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이끌어왔다.

오페라계의 전설 러바인 마저 성추행 폭로에 휘말리면서 미국 클래식계도 긴장하는 모양새다. 지난 10월 할리우드의 유명 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이 여배우들을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는 폭로를 시작으로 미국 사회에는 성추행을 폭로하는 일명 ‘미투’(#Me_Too 나도 당했다) 바람이 불고 있다. 연예계를 넘어서 정계, 언론계로 성추행 폭로가 이어져 충격을 주고 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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