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재용 기자

등록 : 2018.04.15 14:00
수정 : 2018.04.15 22:10

[강소기업이 미래다] 고기 구워도 연기ㆍ냄새 안 나는 불판...외식업체로 판로 넓혀

등록 : 2018.04.15 14:00
수정 : 2018.04.15 22:10

이진희 자이글 대표 인터뷰

숯불구이 고깃집서 회식하다

적외선 활용한 그릴판 개발 착안

사업성 없다는 개발자 설득 끝

4년이나 걸려 조리 기구 선보여

첫 홈쇼핑 판매대수 400대 불과

부녀회 돌며 제품 시연 입소문

2015년엔 매출 1000억 돌파

자이글로 굽는 그릴&펍 오픈

아웃도어용 BBQ 그릴 준비

“향후 헬스케어ㆍ뷰티 기업 목표”

이진희 자이글 대표가 인천 사옥에서 원적외선으로 고기를 굽는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고깃집에 가면 옷에 냄새가 배고 연기도 많이 나서 불편하잖아요. 이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자이글’을 만들게 됐습니다.”

자이글은 적외선을 이용해 육류 고기나 생선 등을 굽는 요리 기구다. 요리하는데 화석 연료를 사용하지 않다 보니 연기가 나지 않고 옷에 냄새도 많이 배지 않는다.

이진희(47) 자이글 대표가 이 기계 아이디어를 처음 얻게 된 것도 한 숯불구이 고깃집에서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할 때였다.고기 맛은 좋았지만 음식에 재가 묻고, 연기도 많이 나 옆 사람과 대화하기 힘든 게 불편했다.

이 대표는 “적외선의 복사열을 활용하고, 이 열을 잘 담아 주는 그릴 판을 개발한다면 사람들이 써줄 거라고 확신하고 그 길로 조리 기구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4년이 걸린 조리 기구 개발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전기 그릴 등을 생산하는 회사와 공장 사람들에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얘기해도 모두 사업성이 없다며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적외선 램프로 복사열을 위에서 아래로 발산해 고기를 굽는다는 개념을 기존 조리기구 개발자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혼자서 테스트용 기구를 만들어 고기를 굽는 시연을 직접 보였더니 그제야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자이글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고 말했다.

2009년 제품이 출시됐지만 소비자 반응은 기대만큼 뜨겁지 않았다. 제품력에 자신이 있었기에 1만여대를 미리 생산해 놓고 홈쇼핑 판매에 나섰지만 초기 판매 대수는 400대에 불과했다. 대당 20만원에 육박하는 요리 기구를 선뜻 사겠다는 사람이 없었던 데다가, 직접 불에 굽지 않은 고기는 잘 익지 않을 거라는 사람들의 선입견도 판매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이 대표는 하는 수 없이 홈쇼핑에서 팔다 남은 물건을 들고 아파트 부녀회 모임과 동네 슈퍼마켓 등을 돌아다니며 제품 판매에 나섰다. 소비자들이 현장에서 자이글로 고기를 굽는 모습을 본다면 제품의 장점을 인정해 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장 시연회 등을 통해 고기가 생각보다 잘 구워지고 연기나 냄새가 없다는 제품 장점이 입소문이 나면서 판매가 늘기 시작했다”며 “다행히 초기 생산물량을 모두 판매하고 2호 모델 개발과 제품 추가 생산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9호 모델까지 개발한 자이글의 회사 규모도 몰라보게 커졌다. 2014년 64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1년여 만에 400억원 이상 늘며 매출 1,000억원의 벽도 가볍게 넘어섰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 등으로 새롭게 수출길이 열리며 매출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은 결과다. 2016년에는 증시 상장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국내외 판매가 동시에 줄면서 매출이 전년 대비 20% 감소한 8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상장 당시 1만원 대를 웃돌던 주가도 최근 6,000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이 대표는 “지난해 전체적으로 국내외 경기 상황이 악화하면서 제품 판매가 부진했다”며 “올해 예년 수준의 판매율을 회복하면 주가도 원상태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이글은 성장 동력을 회복하기 위해 최근 외식 가맹 사업으로도 보폭을 넓혔다. 이 대표는 자이글 조리 기구로 고기 등을 구워 먹을 수 있는 전문 식당 체인을 전국에 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자이글은 지난해 12월 서울 성수동에 1,487㎡(450평)규모의 ‘자이글 그릴&펍’ 1호점을 오픈하기도 했다. 그는 “매장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면서 소비자들이 자이글 조리 기구의 장점을 체험해 보게 하려는 목적도 있다”며 “지난달 가맹점주 모집에 나섰는데 예비 창업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향후 신성장 동력으로 아웃도어용 BBQ 그릴과 생활가전, 헬스ㆍ뷰티케어 아이템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이미 가정용 그릴 시장을 석권한 만큼 제품 준비만 잘 한다면 아웃도어 그릴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게 이 대표 생각이다.

아직 구체적 사업 아이템은 잡히지 않았지만 생활가전과 뷰티 아이템 등을 출시해 자이글을 ‘요리 기구 회사’에서 ‘종합 헬스케어ㆍ뷰티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도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 “자이글 기계를 만드는 데도 4년여의 준비 기간이 필요했다”며 “시간에 쫓기지 않고 충분히 공을 들여 우수한 헬스ㆍ뷰티 제품을 만들어 보이겠다”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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