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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대법관의 '총선 노크' 안대희, 종로 출마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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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대법관의 '총선 노크' 안대희, 종로 출마 준비

입력
2015.10.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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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고위급에 "접전지 나설 것" 의사

친박계 차기 대선 구도 변수 부상

안대희(사진) 전 대법관이 내년 4월 실시되는 20대 총선에서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구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법관이 실제 출마하게 되면 행정부의 고위 공직을 거치지 않고 현실 정치에 직접 뛰어든 첫 사례가 된다. 박근혜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낙마한 안 전 대법관이 정치권으로 진입한다면 친박계 차기 구도에도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대법관 출신으로 이회창 전 국무총리가 대선 주자로 나섰던 적이 있긴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최고법원 판사의 정치권 진출에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안 전 대법관은 최근 청와대 고위 인사에게 “내년에 총선에 출마하려고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안 전 대법관은 여당 우세 지역에 출마하라는 주변의 권고에도 “(새누리)당에 쉽게 들어가면 되겠냐”고 반문한 뒤, “(당에) 기여하고 들어가겠다”며 접전지 출마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동안 여권 안팎에서 안 전 대법관의 행선지로 대구·경북 등 여당 우세지역과 종로구가 유력하게 거론된 점을 고려할 때, 안 전 대법관은 종로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안 전 대법관의 총선 출마에는 청와대의 의중이 강하게 실려있다는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안 전 대법관의 총선 출마는 20대 총선 이후 대선이 치러지는 상황을 고려한 청와대와 친박계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며 “안 전 대법관을 종로구에 먼저 당선시켜 정치적 텃밭을 만드는 방식으로 집권 이후 친박계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기 대권 주자가 확실하지 않은 여권에서는 안 전 대법관이 정치권으로 진입할 경우 차기 구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대법관의 출마로 종로구는 ‘정치 1번지’답게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의 혼전 양상이 더 뚜렷해졌다. 이 지역 현역 의원이자 5선의 정세균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에 대항해, 친박계는 안 전 대법관을, 친이계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으로 교통정리를 해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종로구에서만 3선을 한 박진 전 의원도 20대 총선 출마 채비를 서두르고 있어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안 전 대법관은 자신의 종로구 출마 여부에 대해 확답을 피했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종로 출마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알지만 청와대와 명확히 교감을 한 적은 없다”며 “아직 출마에 대한 최종 결심은 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 4월까지 시간이 길지 않느냐”고 반문하면서 “그 동안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안대희, ‘대법관 출신 국회 직행’ 1호 국회의원 될까? 여론은 엇갈려

안대희 전 대법관이 20대 총선에서 사실상 친박계와 청와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대법관 출신으로 행정부 고위 공직을 거치지 않고 국회에 입성한 ‘1호’ 정치인이 된다. 대법관 출신 국회의원으로는 이회창 전 국무총리가 있지만, 이 전 총리는 1989년 11월 대법관을 자진 사퇴한 뒤 감사원장과 국무총리를 역임하고 정치적 명분을 쌓은 뒤 정계에 입문했다는 점에서 안 전 대법관과 행보가 다르다. 안 전 대법관은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서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을 제외하면 법조 관련 경력만 있다.

다만 안 전 대법관은 ‘국민적 인기’를 얻었던 몇 안 되는 법조인 출신이라는 점에서 국회에 입성하면 이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전 총리는 감사원장 시절 법치주의에 입각한 ‘대쪽’ 이미지를 얻은 뒤 2002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까지 나섰다. 안 전 대법관도 2003년 대검찰청 중수부장 시절 대선자금 수사를 통해 ‘국민 검사’로 불릴 만큼 현직 검사로 이례적으로 여론의 지지를 받은 바 있다. 안 전 대법관과 친분이 깊은 한 법조인은 “(안 전 대법관이) 현역 때 자신의 입으로 먼저 말하지 않았지만, ‘대권에 도전하라’는 주변의 말을 들을 때 마다 부인하지도 않았다”며 “돌파력이 강한 그의 성격을 볼 때 기회만 온다면 대권에 도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게 동료들의 평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표적인 검찰 내 ‘특수통’ 출신으로 대법관까지 역임한 안 전 대법관의 출마를 바라보는 법조계의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정치를 할 큰 그릇’이라는 호평을 기반으로 “출마는 개인적 결정에 불과하다”는 반응부터, “삼권분립이 보장된 나라에서 사법부의 최고위직이 권력의 후광으로 입법부로 바로 가는 것 자체가 삼권분립 원칙을 위태롭게 하는 처사”라는 비판까지 다양한 의견이 이어졌다.

안 전 대법관의 출마를 찬성하는 쪽은 검찰에서 보여준 그의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수도권의 한 고위 법조인은 “미국은 윌리엄 하워드 테프트 대통령처럼 고위 법관이 대통령을 하고 퇴임 이후에 대법원장을 하기도 한다”며 “우리 나라의 좁은 인재 풀에서 법조인의 역할이 크다는 점과, 검찰에서 보여준 안 전 대법관의 능력을 볼 때 당선 여부까지는 몰라도 총선에 출마는 용인 가능한 수준으로 본다”고 밝혔다.

반면 재경지법의 한 중견 판사는 “안 전 대법관의 총선 출마가 후배 법조인들에게 ‘너희들도 적당히 (정권을) 봐주고 줄을 잘 서면 배지도 달고 대통령도 될 길이 생긴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게 될까 두렵다”며 “이미 현직 법원장들이 이 정권에서 고위 공직자로 영전되는 경우가 늘어나 재판의 독립성이 흔들리는 상황인데, 안 전 대법관의 출마가 사법부를 더 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현직 고위법관은 “마지막에 대법관을 했지만 본질적으론 (안 전 대법관은) 뼈 속까지 검사 아니냐”며 “(권력을 좋아하는) 대다수의 검사들과 결이 크게 다르지 않는 행보라 그리 놀라울 것도 없다”고 냉소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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