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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고 입시, 성적 90등 올려 합격 시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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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고 입시, 성적 90등 올려 합격 시키기도

입력
2015.11.1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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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단위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인 하나고가 90명의 입학생 성적을 조작해 선별 입학시킨 사실이 드러났다. 공식 전형대로라면 210등으로 합격선(120등)밖에 있던 학생이 높은 가산점으로 순위가 90등 이상 상승해 합격한 사례도 적발됐다. 조만간 진행될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하나고는 임직원 형사처벌은 물론 자사고 지정도 취소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서울시교육청은 15일 하나고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에서 입학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하는 성적조작을 통한 입시부정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하나고는 2011~2013학년도 3년 동안 90명의 입학생을 성적조작으로 합격시켰다. 성적 조작은 서류와 면접전형 이후, 전형위원회에서 다시 ‘종합평가’를 통해 이른바 ‘가산점’인 보정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종합평가는 하나고가 공개한 모집전형에는 전혀 없던 방식이다. 시교육청은 16일 김승유 이사장과 하나고 교장, 교감, 행정실장 등을 사립학교법 위반, 배임 혐의로 서울 서부지방검청에 고발할 예정이다.

가산점을 통한 성적조작은 노골적이었다는 게 시교육청의 판단이다. 하나고는 2011~2012학년도에는 1차 서류전형 이후 0.1~1.7점의 보정점수를 부여한 뒤, 2차 면접에서는 일부 학생에게 5점을 주고 다른 학생들에게는 0점을 주는 방법으로 등수를 인위 조작했다. 2013학년도에는 방법을 바꾸어, 일부는 가점을 주고 일부는 감점을 주는 식으로 합격 기준점수를 인위적으로 조정했다. 소수점 둘째 자리 점수만으로도 당락이 갈릴 만큼 치열한 하나고의 입학경쟁을 고려하면, 합당한 기준과 근거도 없이 큰 점수를 ‘종합평가’라는 자의적 명목으로 준 것은 입시부정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시교육청은 보고 있다.

하나고는 매년 일반전형(서울) 120명, 임직원자녀전형(전국) 40명,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전국) 40명 등 총 200명을 선발한다. 이 가운데 성적이 낮은데도 보정점수를 받아 합격한 학생은 2011년 28명(남 25명, 여 3명), 2012년 33명(남 29명, 여 4명), 2013년 29명(남 24명, 여 5명) 등 총 90명이다. 전형 별로는 일반전형에서 61명, 사회적 배려 전형 16명, 임직원 자녀전형 13명의 순이다. 이들에 대한 점수 조작으로 인해 당초 합격권에 있던 90명의 학생들은 탈락하는 피해를 본 셈이다. 특히 120명을 선발하는 일반전형에서 210등대 학생이 가산점을 받아 합격한 것은 입시비리가 아닌 다른 이유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하나고가 특별한 기준도 없이 가산점을 부여한 것을 두고 사회 특권층 자녀에 대한 특혜입학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학교 전형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교사는 “전형위원별로 평가실에 나뉘어 평가할 때 학교 고위관계자가 ‘A중학교 B학생이 괜찮다는 얘기가 있는데 잘 들여다보라’는 언질을 줬다”며 “B학생의 배경을 알 수는 없었지만 부모가 고위관계자일 개연성은 있다고 봤다”고 털어놨다.

김형남 시교육청 감사관은 “임의적으로 순위를 뒤바꾼 사실을 확인했고 떨어트린 여학생 숫자와 합격시킨 남학생 숫자가 거의 비슷하다”며 “여학생과 남학생 성비를 맞추려고 점수를 조정한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 지도층 인사의 자녀에 대한 특혜 입학은 학교가 제공한 자료만으로는 확인할 수 없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아울러 2014∼2015학년도에는 성적조작 증거는 확보하지 못했으나 남녀 합격생 비율이 비슷한 것으로 미뤄 어떤 식으로든 앞서 3년간 드러난 조작과 비슷한 사례가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검찰에서 입시비리가 확인될 경우 하나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것을 검토키로 했다.

시교육청은 또 입시부정 외에도 하나고가 신규교원 채용 시 공개채용 절차를 위반한 사실과 이명박 정부시절 고위 관료 아들의 학교폭력을 은폐한 사실 등도 적발했다. 하나고가 100억원대에 달하는 업무계약과 관련해 모두 수의계약으로 특정업체에 특혜를 준 것도 확인했다.

학교측과 학부모들은 시교육청의 특별감사가 편파적이고 표적감사라며 행정소송 등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반발했다. 정철화 하나고 교감은 본보와 통화에서 입학비리 의획에 대해 “학생 개개인의 점수가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하나하나 소명했다”며 “시교육청이 2013년에는 이를 인정하더니 이번에는 불법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도 성명을 통해 “시교육청이 하나고 학생들을 불법 행위의 수혜자로 취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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