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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돌풍은 ‘개인적 일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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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돌풍은 ‘개인적 일탈’이 아니다

입력
2016.07.2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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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최고 재미는 큰 싸움판 구경. 레임덕 따윈 저 멀리 내던지고 승승장구 중인 오바마, 민주당의 열혈 좌파 운동권적 DNA를 되살려냈다는 평을 받는 샌더스, 그리도 이 둘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당내 주류 우파의 핵심 힐러리. 그리고… 음, 그리고… 음, 여하튼 선거전에서 스릴과 재미만큼은 확실히 보장하고 있는 트럼프.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메디치 발행)는 이 재미난 싸움판에 대한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의 관전기 겸 분석기다. 한미 양국을 오가며 다양한 학자들의 분석, 저서, 언론 보도 등을 활용해 미국 현대 정치사를 압축적으로 제시한 필력이 돋보인다.

가장 큰 틀은 미국의 정치 지형도가 단순 흑백 갈등 정도를 넘어 ‘일부 진보 백인과 다양한 문화정체성 연합 vs 저소득 육체 백인 노동자인 레드 넥(Red Neck)’ 간 대결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 이 현상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미국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익숙한 틀인데, 악마처럼 재미도 디테일에 있는 법. 특히나 한국 저자의 책이라 한국 상황과 겹쳐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령 트럼프의 인기를 예상 못 했다는 보수지식인이나 공화당 내 주류 그룹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면서 이렇게 일갈한다. “트럼프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보수 인사들의 공적인 자리는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바를 가장 극단적으로 집약한 종합선물세트다.” 트럼트가 마치 공화당의 ‘개인적 일탈’이란 듯 굴지 말란 얘기다.

또 1994년 깅그리치 혁명 이후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티파티니 뭐니 하는 속칭 ‘꼴보수’들의 의회 진출이 크게 늘었다. 이들은 단단한 소수의 백인 지지층을 기반으로 아무 소리나 막 해대는 걸 ‘강인한 소신의 정치’라 믿는다. 익숙한 풍경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2016년 총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되는 것보다 진박의 승리를 더 중요하게 여겼듯 이들 깅그리치주의자는 이념적 전투성이 결국 당의 역동성을 살리고 대선에서의 승리까지 담보한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들 때문에 골치 아파진 공화당 주류는 2013년에 이미 중도적인 주지사 출신 후보를 대선에 내세우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알다시피 젭 부시 등은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 외에도 흥미로운 대목은 여럿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중국파’도 ‘유럽파’도 아닌 ‘미국파’임을 자임하면서 미국의 미래 가능성에 더 많은 점수를 준다. 제국주의를 넘어 제국으로 나아간 오바마의 부활에 높은 점수를 주고, 힐러리의 영성적인 면을 추어올리고, 트럼프의 인기에 대해서는 몰락 이전에 잠시 반짝하는 ‘사회적 보수주의의 황혼기’라거나 ‘근대의 퇴행적인 신경발작’이란 표현을 써뒀다. 그런데 이건 미국파로서, 지나친 낙관적 시각 아닐까.

우리를 대입해보면 어떨까. 어쩌면 노동ㆍ여성ㆍ인권 등 각종 이슈가 분출하는 지금은 저자의 관점에 서자면 새로운 시대를 향해 가는 진통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박근혜’는 그 황혼의 이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짜 그럴까. 불판갈이에 시동 거는 소리가 요란한 요즘, 우리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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