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사설] 남부 할퀸 태풍이 거듭 일깨운 총체적 안전불감증

알림

[사설] 남부 할퀸 태풍이 거듭 일깨운 총체적 안전불감증

입력
2016.10.06 20:00
0 0

예고된 태풍이었지만 누구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가볍게 지나간다고 여겨 대비는 허술했고 늑장경보는 여전했다. 이로 인해 18호 태풍 ‘차바’가 할퀴고 간 상처는 크고도 깊었다. 역대급 강풍에 더해 단시간에 폭우가 쏟아져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KTX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침수되는 등 국가 주요 시설물과 산업시설이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지진 공포가 채 가시지 않은 경남ㆍ북 일대에 태풍 피해가 집중돼 지역민들의 고통과 상실감은 이루 다 말하기 어렵다.

기상청 예보는 이번에도 부정확했다. 태풍 ‘차바’는 일본 본토로 상륙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한반도 남부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기상청은 소형 태풍의 경로와 위력을 정확히 읽어내지 못했다. 이번 태풍은 역대 최대 규모로 꼽히는 1959년 ‘사라’와 2003년 ‘매미’에 육박한다는 평가다. 그런데도 기상청은 한반도가 상당기간 태풍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어서인지 ‘차바’의 위험성을 과소 평가했다.

재난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 또한 안이하고 느슨하게 대처해 재난 대응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울산 태화강 주변 저지대 주민들은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보가 없어 안심하고 있다가 갑자기 물벼락을 맞았다. 태화강 인근 아파트 주민들도 강변 주차장에 놓아둔 차량을 미리 대피시키지 못해 수백 대에 침수 피해가 미쳤다.

난개발이 태풍 피해를 키운 측면도 있다. 최근 수년간 부산 해안가 주변에는 고급 아파트가 잇따라 들어섰으나 태풍과 해일 등 재난에 대비한 준비 태세는 크게 미흡했다. 부산의 랜드마크로 불리는 해운대 마린시티는 태풍이 내습할 때마다 침수됐는데도 이번 또한 무방비로 초대형 파도에 난타당했다. 조망권 확보를 주장하는 저층 주민과 상인들의 성화로 3.4m 높이로 설치해야 할 방수벽을 1.2m로 낮춰 쌓는 바람에 넘치는 파도를 못 막았다고 한다. 부산 감천항 방파제는 보강공사를 마친 지 3년도 안 돼 맥없이 무너져 내려 부실 시공 의혹마저 제기된다.

정부는 예상 밖의 큰 피해를 겪은 남부권 주민들이 속히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복구 지원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울러 재난 대비시스템을 재점검해 미흡한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 지구온난화 탓에 기상이변은 더욱 잦아질 것이다. 지진, 태풍, 폭염 등 빈발할 재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는 국가 생존의 중요한 과제다. 지금처럼 방심하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르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선제적 대응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