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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또 다른 KFC

입력
2015.06.03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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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선 듣기 기분 나쁠지 모르지만 우리가 말하는 KFC는‘Korean Fucking Company(망할 한국기업)’의 약자입니다. 사업 초기에는 열정을 불태우다 어느 정도 사업이 안정되면 초심을 잃는 한국기업들을 가리키는 말이죠. 전자제품시장의 특성상 한국 기업들과 거래할 일이 많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태도가 돌변하는 회사들을 겪다 보니 우리끼리 만들어낸 말입니다.” 해외시장 개척의 경험을 담은 책 '나는 세계역사에서 비즈니스를 배웠다'의 저자 임흥준이 바이어들에게 들었다는 내용이다.

▦ 한국기업들은 제품 판매량이 증가하고 시장이 어느 정도 확보되면 태도가 달라진다고 한다.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도 가격 인상이나 거래조건 변경을 무리하게 요구한다. 유럽의 바이어들 사이에 ‘한국 기업 꼴불견 5가지 유형’이 생겨났을 정도다. 독점계약을 일방 파기하고, 대금을 받은 후 납품기한을 지키지 않거나, 주문량을 더 늘리라거나, 하자제품을 보내거나, 대금을 받고 물건은 보내지 않는 등의 행태를 일컫는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미래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 한국기업의 갑질 행태가 세계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모양이다. 본보가 1일자로 보도한 기업인권네트워크의 ‘2014 해외 한국기업 인권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현지직원들에게 화장실 가는 시간까지 정해주고, 하루에 여러 번 화장실을 가면 경고를 준다는 것이다. 경고 횟수가 늘어나면 급여가 깎이고 퇴사까지 각오해야 한다. 욕설이나 노동자 몸수색은 예삿일이고 땡볕에 벌을 세우고 임신도 가로막는다. 이러다 보니 베트남에서 가장 파업이 잦은 곳이 한국기업이다. (▶ 관련기사)

▦ 캄보디아 터키 스리랑카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등지에서도 유사한 행태가 만연하다. 상사의 욕설이나 폭행, 저임금, 강제 초과근무 등이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프놈펜의 한국 의류업체에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시위에 현지 공수여단이 투입되면서 5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터키의 한국 금속업체는 무장경찰은 물론 사설경비업체까지 농성장에 투입하는 등 물의를 일으켜 현지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1970년대 한국 노동현장의 기억이 떠올려지는 불쾌함을 넘어 이런 국가망신이 없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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