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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북 특사단 만난 김정은의 비핵화 메시지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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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북 특사단 만난 김정은의 비핵화 메시지를 주목한다

입력
2018.03.05 23:0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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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특별사절단이 5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면담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 인사와 만난 것은 2012년 집권 이후 처음이다. 김 위원장이 특사단을 통해 미국과 간접적으로나마 비핵화 대화를 시작한 것으로 평가할 만하다.

특사단이 방북 당일 김 위원장을 만난 것은 그동안의 관례를 감안할 때 상당히 파격적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끄는 특사단의 방북 일정은 출발할 때만해도 불확실해 보였다. 또한 과거 정상회담 과정에서도 방북 첫날 면담은 전례 없는 일이다. 통상 북한 최고지도자의 일정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 점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신경전은 하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사단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 및 만찬에서 문 대통령 친서 전달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및 북미대화의 핵심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했다고 한다. 남북화해의 분수령으로 평가되는 신년사에서조차 김 위원장이 핵보유국 지위를 강조했던 점을 감안하면 비핵화 대화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이다. 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일행에게 다양한 비핵화 방법론을 설명했던 것에 비춰보면 북한도 대비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특사단은 조만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북미대화 중재를 이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방북 기간 어느 정도 성과를 챙기지 못한다면 대미 특사는 의미가 없다. 김 위원장도 상황의 엄중함을 모를 리 없다. 미국이 비핵화 논의가 빠진 대화에 응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 만큼 북한도 북미대화를 원한다면 비핵화 의지를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전처럼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반복한다면 우리 정부의 북미 중재외교 노력은 물론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조성된 평화 무드도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김 위원장이 6일 특사단을 다시 만나 별도의 추가 메시지를 전달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당장의 ‘핵포기 선언’과 같은 엄청난 굴복과 굴욕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얼마 전 북미대화의 출발점으로 ‘비핵화를 위한 약간의 움직임’을 거론했던 사실을 북한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미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핵ㆍ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모라토리움’ 선언을 하는 것은 유효한 방안이 될 것이다. 북한이 전향적 입장을 밝혀야 우리 정부가 4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축소 내지 연기 방안을 미국에 제안하기도 수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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