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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최고 검투사 이세돌에게 1000마리 맹수가 덤빈 셈” 불공정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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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최고 검투사 이세돌에게 1000마리 맹수가 덤빈 셈” 불공정 지적

입력
2016.03.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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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2국에서 이세돌 9단이 돌을 올려 둔 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제2국에서 이세돌 9단이 돌을 올려 둔 뒤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 구글코리아 제공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은) 새로운 전쟁이 벌어졌는데 한 사람은 칼을 들고 나가고, 다른 한 사람은 크루즈 미사일을 들고 나선 것과 같다.”

세계 정상급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에 2연패 하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진 가운데 법조계의 정보기술(IT) 전문가인 강민구 부산지법원장은 1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임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이번 대국을 “단지 알파고라는 기계와 이세돌 간 싸움이 아니라, 다수의 천재 프로그래머들이 조율한 인공지능 슈퍼컴퓨터와 한 사람의 대결”로 표현했다.

단 두 번의 대국으로 인공지능의 위력을 증명한 알파고는 ‘컴퓨터의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 1,202개와 고성능의 그래픽 처리장치(GPU) 176개, 구글 서버 1,000여대를 동시에 돌린다. CPU 한 개당 1초에 1,000번 이상 수를 계산하는데, 여기에 GPU를 붙여 연산 속도를 수 십 배 높였다.

이를 통해 알파고는 1초당 10만 개의 경우의 수를 계산한다. 같은 시간 인간 최고수인 이세돌 9단이 내다볼 수 있는 수는 100개뿐이다. 강 원장은 “보호 갑옷도 없이 로마 원형경기장에 투입된 당대 초절정 고수 검투사 이세돌에게 1,000마리의 맹수가 덤비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한 달 전 이미 이 9단의 필패를 예견한 IT 전문 전석진 변호사 역시 “많은 경우의 수를 동시에 탐색하는 알파고의 알고리즘은 프로 기사가 훈수꾼을 수백, 수천 명 둔 것과 같다”며 “바둑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 측에 2시간씩 주어진 대국 시간 역시 알파고에게 유리하게 설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알파고는 앞서 같은 조건에서 치러진 판 후이 2단과의 공식 대국에서 5대0으로 승리했지만 1시간의 제한 시간을 가졌던 비공식 대국에서는 3대2로 간신히 이겼다. 대국 시간이 짧을수록 알파고에 불리한 셈이다. 그러나 이번 대국 전 이세돌 9단의 5전 전패를 점쳤던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빅데이터 교수는 “알파고는 5초 안에 계산을 끝내고 나머지 시간은 검토에 할애하기 때문에 대국 시간이 짧아진다고 해서 이 9단에게 유리한 것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세돌 9단을 대신해 구글 측과 계약한 한국기원도 이번 대국에 심각한 정보의 불균형 문제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한 눈치다.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알파고는 정체를 철저히 숨긴 채 이 9단의 모든 기보를 확보한 반면 이 9단이 대국 전 접한 알파고의 기보는 지난 1월 구글 딥마인드가 ‘네이처’에 논문을 실으면서 공개한 판 후이 2단과의 기보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제라도 경기를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 9단이 더 큰 심리적 충격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서다. 구글은 결과를 미리 알았을 것이란 관측과 그런 상황에서 대국을 진행시킨 것은 이 9단을 희생양 삼은 것이란 비판적 시각도 없잖다. 양 사무총장은 “5번의 대국은 이 9단과 구글 측이 맺은 계약의 조건이어서 중단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이세돌 9단이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2차 대국에 딸 혜림 양과 들어서고 있다. '세기의 대결'로 전세계 주목을 받고 있는 이번 대국은 9일을 시작으로 10, 12, 13, 15일 오후 1시에 열린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이세돌 9단이 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2차 대국에 딸 혜림 양과 들어서고 있다. '세기의 대결'로 전세계 주목을 받고 있는 이번 대국은 9일을 시작으로 10, 12, 13, 15일 오후 1시에 열린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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