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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알파고, 정확한 연주 그 이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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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알파고, 정확한 연주 그 이상은 없었다

입력
2016.05.1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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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성남문화재단 ‘인간 vs 로봇 피아노 배틀’ 연주회

1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인간 vs 로봇 피아노 배틀’에서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가 연주하는 모습을 로봇 테오 트로니코가 지켜보고 있다. 연주 성패는 똑같은 악보를 보고도 연주자가 얼마나 창의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해석해 내느냐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아직 로봇 연주는 걸음마 수준에 있다. 성남문화재단 제공
1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인간 vs 로봇 피아노 배틀’에서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가 연주하는 모습을 로봇 테오 트로니코가 지켜보고 있다. 연주 성패는 똑같은 악보를 보고도 연주자가 얼마나 창의적이면서도 설득력 있게 해석해 내느냐에 달려있다는 점에서 아직 로봇 연주는 걸음마 수준에 있다. 성남문화재단 제공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한다는 예술 분야에서 로봇은 어떤 성취를 할 수 있을까. 16일부터 20일까지 경기 성남시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인간 vs 로봇 피아노 배틀’은 제목처럼 인간과 로봇의 연주 대결로 공연 몇 달 전부터 일반의 관심을 모았다.

53개의 손가락으로 1,000곡 이상의 피아노 명곡을 완벽하게 연주하는 로봇 ‘테오 트로니코’에 맞서 이탈리아 출신의 피아니스트 로베르토 프로세다가 똑같은 곡을 다시 연주하며 서로의 작품을 품평하는 공연이다. 지난달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의 대국 이후 클래식계 이슈로 떠올랐다.

16일 첫 연주회에서 로봇의 연주기량은 “인간을 따라오려면 역부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싱겁게 끝났다. 연주자 고유의 해석이 실리지 않는 딱딱하고 정확한 연주는 “신기하다”는 이상의 반응을 이끌어내진 못했다. 특히 음의 울림, 강약, 음색을 조절하는 페달을 전혀 밟지 않았던 로봇 연주는 딱딱한 연주를 더 재미없게 만들어버렸다. 무엇보다 알파고처럼 기존의 데이터를 기초로 새로운 수를 ‘선택’하는 창의력이 없어 예술 분야에서 아직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한계만을 보여줬다.

1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인간 vs 로봇 피아노 배틀’에서 로봇 테오 트로니코가 연주하고 있다. 성남문화재단 제공
1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인간 vs 로봇 피아노 배틀’에서 로봇 테오 트로니코가 연주하고 있다. 성남문화재단 제공

“16개국 언어가 탑재됐다”며 인사를 건낸 로봇 테오는 “인간이 불가능한 연주를 할 수 있다”며 쇼팽 녹턴 2번을 연주했고, 인간 연주자 로베르토는 “로봇은 단지 악보에 쓰인 것만을 연주하지만, 음악이 담고 있는 것은 그 이상”이라고 비판했다. 쇼팽의 녹턴은 자유로운 형식만큼이나 템포 루바토(연주자가 원래 템포를 가감해 변화를 주는 것)의 여지가 다분한 곡. 섬세하고 유려한 연주를 끝낸 로베르토에게 “템포를 멋대로 바꾸는 건 작곡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맞섰다. 이후 두 연주자는 스카를라티의 피아노 소나타,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쇼팽의 에뛰드를 차례로 연주하며 ‘배틀’을 벌였지만, 인간의 연주가 얼마나 로봇의 그것보다 뛰어난지만을 증명했다.

“인간은 로봇과 달리 휴식이 필요하다”며 로베르토가 대기실로 들어간 사이, 테오가 반격을 시도했다.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그대로 재현하는 기능을 선보였는데, 그는 요제프 호프만이 연주한 쇼팽의 미뉴에트 왈츠, 대결 상대로 나온 로베르토의 특장인 멘델스존의 물레의 노래를 그들의 연주 방식 그대로 재현했다.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같은 초절기교는 정확한 로봇의 연주가 안정감을 줬다.

객석 불이 꺼진 순간부터 물개박수를 치며 신이 난 초등학생 관람객들은 공연이 끝난 후 하나 같이 “인간 연주가 더 좋다”고 대답했다. 낙생초등 6학년 김유안(12)양은 “사람처럼 생긴 로봇이 팔도 크게 흔들지 않고 정교하게 연주하는 모습이 신기했다”면서도 “인간의 연주가 감정이 실려 있어 더 좋다”고 말했다.

대결은 로베르토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연주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난 그는“인간의 표현 감성에 대한 강의를 준비하는 중 반대 성격을 지닌 로봇이 적합하다고 생각해 ‘테오’ 제작자 이탈리아의 엔지니어 마테오 수치를 만났다”며 “악보가 아니라 악보를 입력한 미디파일을 통해 연주하기 때문에 내 연주를 재현한 연주도 똑같진 않았다. 손가락이 많아 전혀 실수하지 않는 것은 강점”이라고 말했다. 더 발전된 로봇이 탄생하면 인간을 제압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피아니스트와 개발자 모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테오의 개발자 마테오 수치는 “(알파고 같은) 다른 로봇만큼 기술적으로 크게 발달한 로봇은 아니다”라며 “관객 이목을 끄는 캐릭터와 공감의 능력이 장점”이라고 소개했다. 로베르토는 “기계가 인간의 심장을 대체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1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인간 vs 로봇 피아노 배틀’에서 국내 처음 선보인 피아노 치는 로봇 테오 트로니코. 53개 손가락으로 1,000곡 이상을 연주할 수 있다. 성남문화재단 제공
16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린 ‘인간 vs 로봇 피아노 배틀’에서 국내 처음 선보인 피아노 치는 로봇 테오 트로니코. 53개 손가락으로 1,000곡 이상을 연주할 수 있다. 성남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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