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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3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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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3대 미스터리

입력
2016.11.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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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투자위 위원 2명이나 교체

홍완선 본부장이 투입해 캐스팅보트

2. 책임투자팀 의견 이례적 배제

민감사항 전문위에 부의 관례 깨

3. 불리한 합병비율 인지 불구 찬성

洪, 가결 전 이재용과 극비 회동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국민연금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찬성한 의사결정 과정이 석연치 않았음을 보여주는 다양한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합병 찬성을 최종 결정하기 직전 위원회 참석자들을 의도적으로 교체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전례 없이 의사결정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내부 검토의견을 전혀 제시하지 않았던 것으로도 확인된다. 합병비율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했으면서도 찬성을 강행한 정황도 적지 않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이 최순실씨 측에 대한 삼성의 지원 대가라는 일각의 주장은 아직 의혹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그렇다면 도대체 왜 국민연금이 이런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합병을 찬성했을까”라는 궁금증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의혹1. 투자위원회 위원 전격 교체

작년 7월10일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위원 12명 중 8명의 찬성으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간 합병에 찬성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찬성(8명)이 의결 정족수(최소 7명)를 간신히 넘긴 것이다.

투자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각 부서실장 등 고정 참석자 8명, 그리고 본부장 추천을 받은 실무팀장 3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이날 투자위에 참석한 팀장급 3명 중 2명은 불과 한달 전 SK와 SK C&C 합병 안건을 부결시킨 투자위원회에 참석했던 이들과 다른 인물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연금 핵심 관계자는 21일 “홍완선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찬성을 관철하기 위해 담당 안건을 논의한 투자위에 이른바 ‘홍완선 사람’으로 분류되는 팀장 2명을 포함시켰다”며 “당시 기금본부 내부에서조차 삼성물산 합병에 대한 이견이 커 투자위에서 100% 찬성 결정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국민연금 관계자도 “SK나 삼성물산 합병 건 모두 내용이 동일한 사안인데 투자위 팀장급 참석자가 2명이나 바뀐 점은 상당히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홍완선 전 본부장이 ‘투입’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팀장 2명은 투자위에서 삼성물산 합병에 모두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들이 반대표를 행사했다면 반대가 6명에 달해 해당 안건은 부결됐을 공산이 크다. 사실상 이들이 ‘캐스팅 보트’였던 셈이다.

삼성물산 대주주(11.21%)였던 국민연금은 투자위 의결을 근거로 일주일 뒤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 안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당시 소액주주와 외국인 투자자들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비율(1대 0.35)이 제일모직 지분이 많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 일가에 유리하다”며 반대했지만 국민연금이 삼성 손을 들어주면서 가까스로 합병이 성사됐다.

의혹 2. 내부 투자팀 검토 의견 배제

통상 투자위에는 국민연금 내부 책임투자팀에서 검토 의견을 제시한다. 책임투자팀은 외부 자문기구인 ISS나 기업지배구조원 등과 접촉하며 의결권 행사를 일차적으로 검토하는 부서로, 이들이 제시하는 검토 의견이 투자위에서 위원들의 의사결정에 핵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당시 투자위에는 찬성ㆍ반대ㆍ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부의 등 의견을 담은 책임투자팀의 검토 의견이 제시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지난 10년간 삼성물산 건을 제외하고 59건의 합병 의결권을 행사했는데 책임투자팀 의견이 제시되지 않은 적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러다 보니 투자위의 선택지엔 찬성과 반대만 있었을 뿐, 의결권 전문위 부의는 아예 없었다. 민감한 사안은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전문위로 넘기는 기존 관례를 깨고 내부 투자위에서 자체 결정한 것이다. 당시 내부사정에 밝은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책임투자팀이 SK 때와 마찬가지로 ‘의결권 전문위 부의’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자 이 쪽 의견을 아예 배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의혹3. 합병비율 문제 알고서도 찬성 강행

투자위가 열리기 사흘 전,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 등 국민연금 관계자 4명은 이재용 삼성 부회장과 비밀리에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국민연금 측은 이 부회장에게 “자본시장법상 10% 할증 조항을 활용하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비율이 1대 0.35가 아니라 1대 0.42로 나오는데 왜 이 조치를 취하지 않았냐”고 직접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찬성 입장을 정한 투자위 직전까지도 국민연금이 합병비율이 불합리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기금본부 책임운용역은 “찬성 논지 중 하나가 합병비율이 다소 불리해 통합 삼성물산 주식을 좀 덜 받아도 합병 이후 시너지 효과가 나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인데 합병비율과 합병 시너지는 완전히 별개의 사안”이라며 “SK와 SK C&C 합병 건에 비해 내용 측면에서 국민연금에 훨씬 더 불리한 사안이었는데 절차와 관행을 무시해가며 찬성 결정을 내린 것에 내부에서도 의아해 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 측은 이런 숱한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은 회피한 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설령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돼도 제일모직을 통해 상쇄할 수 있으며 합병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는 원론적인 답만 되풀이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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