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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한진해운 투자금 130억원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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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한진해운 투자금 130억원 날렸다

입력
2017.02.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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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발전기금을 공모사채 투자

한진해운 파산으로 휴지조각 돼

시민단체 “재단 투자 종용” 의혹

대학 측 “그룹 차원 개입 없었다”

인하대 전경. 인하대 제공
인하대 전경. 인하대 제공

한진그룹 산하의 정석인하학원에 소속된 인하대가 한진해운 파산으로 대규모 투자 손실을 입었다. 최순자 인하대 총장은 27일 대학 구성원들에게 공식 사과했으나 거액의 대학발전기금을 그룹 계열사에 투자했다가 날린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인하대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이 한진해운 파산을 결정함에 따라 대학이 2012년 7월과 2015년 6, 7월 발전기금으로 사들인 한진해운의 공모사채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휴짓조각이 된 채권은 올 6월 만기가 도래하는 2012년 매입분 50억원과 2015년 만기가 도래해 회수했다가 재투자한 80억원 등 모두 130억원 상당이다. 공모사채는 기업이 은행 등 기관투자자나 특정 개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매각하는 채권이다.

대학 측은 지난해 10월 회생 채권 신고를 마쳤으나 한진해운은 현재 주요 자산을 대부분 팔아 남은 게 없어 투자금을 되찾을 길이 없는 상태다. 대학 측도 “투자했던 130억원을 회수하기 어렵게 됐다”고 인정했다.

인하대는 대학 적립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거나 수익형 자산인 회사채에 분산해 투자하고 있다. 인하대는 한진해운 외에도 다른 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 채권 50억원 상당도 보유하고 있다./

대학 관계자는 “2015년 당시 1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은 1.6% 대였지만 2012~2015년 한진해운 채권 만기 이자율은 최소 5.6%에서 최대 10.6%였다”라며 “대학 입장에선 전혀 모른 곳에 투자할 수는 없어 결정한 것인데 파산이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인하대는 2009년부터 대학 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투자전문회사의 분석과 자문을 토대로 투자를 결정하는 원칙을 준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ㆍ연구시설의 확충과 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 등에 쓰는 발전기금을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그룹 계열사 채권에 투자할 때는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5년 한진해운 채권 신용등급은 투자 적격 등급 중 가장 낮은 ‘BBB-‘였다.

대학 측은 한진해운 회사채 매입은 자체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각각 이사장과 이사로 있는 정석인하학원의 개입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2015년 인하대의 채권 매입 당시 한진해운 대표는 조 이사장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한진해운이 대학에 재투자를 종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일고 있다”며 재단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이 단체는 또 “2012년 발행된 한진해운 채권이 2012, 2013년 대규모 적자와 경영 악화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액면가의 60%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였다”라며 “결국 조 이사장을 향한 과잉 충성의 결과물이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난 등을 이유로 송도캠퍼스 건립 계획을 축소하겠다고 했다가 위약금을 내고 땅을 내줄 위기에 놓인 인하대는 이번 손실로 더 궁지에 몰리게 됐다. 최 총장은 이날 담화문에서 “대학 구성원 여러분께 사과 드린다”라며 “대학 재정 건실화를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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