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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월호 특별법은 당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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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세월호 특별법은 당위다

입력
2014.08.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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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권 교수께서 쓰신 문화일보 8월 27일자 칼럼을 읽었습니다. 은사님의 글에 공개적으로 반론을 제기하는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자의 이견을 흔쾌히 들어주시리라 믿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의회민주주의의 최대 위기”라고 말문을 여셨습니다. 동의합니다. 그러나 위기는 국가의 ‘끝까지 반(反)민주’에 있습니다. 국가는 세월호 운항의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을 뿐 아니라 사고를 수습하고 실종자를 구조하는 작업에서도 무능함을 보였습니다. 국회는 국민의 뜻을 대의하지 못했습니다. 특별법이 “특수이익의 요구에 따라가는 것”이라고 우려하셨지만, 여당이야말로 끝까지 권력행사의 특수이익에만 빠져 있습니다. 책임을 모면하기에 급급한 모습입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공당의 존재 이유”에 대한 비판은 고스란히 여당을 향해야 합니다. 우왕좌왕한 야당의 책임도 분명 있습니다만, 여당은 행정부를 감싸기에 급급해 권력분립 원칙에 따른 견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세월호 사건 유가족은 개인적인 아픔을 치유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 및 사고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시민사회의 의견을 모아 법률안까지 마련했습니다. 특수의사를 일반의사로 바꾸는 대의적 자세를 취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권력자보다 앞서는 국민의 민주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특별법’ 발상 자체가 헌법 원리에 반한다”고 판단하셨습니다. 빈번한 특별법 제정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국가범죄’에 해당하는 사건들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합니다. 특히 민주화 관련 특별 입법은 많아서 문제가 아니라 그 내용이 과거를 청산하기에 충분하지 않아서 문제였습니다. 민주화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반(反)인권ㆍ반(反)민주의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특별법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선생님께서는 “민생법안 처리”와 “대통령의 긴급 재정ㆍ경제 처분”까지 언급하셨습니다. 그러나 주위를 돌아보면, 많은 사람들이 생존의 일자리에서 소외되는가 하면, 노동자, 군인, 학생, 노인 등 많은 국민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민생의 어려움은 경제적 이익이 재벌 위주로 배분되는 구조에 있습니다. 헌법은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정치ㆍ경제적 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손길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도 민주적인 해법이 아닌 국가긴급권을 원용하신 것에 놀랄 따름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대통령과 유가족의 협의” 요구가 “대통령에게 입법 권한을 위임하겠다는 것”이냐고 의문을 던지셨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최종 책임은 대통령인 저에게 있다”고 사과했습니다. 나아가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포함한 특별법을 만들 것”을 제안하기까지 했습니다. 유가족을 포함한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특별법 제정이 여당의 반대로 교착상태에 빠졌다면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히 헌법에 의해 주어진 권한을 이용해 자신의 제안이자 국민에 대한 약속을 관철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입니다. 유가족과 대통령의 협의 요구는 입법 권한의 위임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대통령의 약속을 이행하라는 지극히 당연한 요청입니다. 지금 대통령의 행보는 여당의 ‘방탄’만 바라보는 ‘피의자’의 행태입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는 “‘광화문 촛불’ 사태는 결코 안 된다”고 걱정하셨습니다.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가 정신을 차릴 수 있게 하려면 민주주의 광장의 촛불은 더욱 더 활활 타올라야 합니다. 헌법은 국민이 권력을 통제하는 법이라고 배웠습니다. 대의민주주의가, 법치주의가, 사법체계가 국민의 생명을 외면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도구로 앞세워지는 상황이 헌법의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국민은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의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확인하려 할 뿐입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제대로 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야말로 권력에 의해 반죽음 상태에 내몰린 대한민국 헌법을 살리기 위한 심폐소생법이 아닌지요?

오동석 아주대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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