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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 10만 시대... 대학가 ‘불통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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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 10만 시대... 대학가 ‘불통 몸살’

입력
2016.03.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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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서툴러 의사소통 힘들다”

조별 과제 모임 등 빠지기 일쑤

학생들 “피해 고스란히” 기피 심각

해외인재 유치 명목 외형만 신경

장학금 수혜 등 역차별 논란까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외국인 유학생과 같은 조로 묶이면 그냥 없는 셈 칠 때가 많아요.”

지난달 서울 A대를 졸업한 최모(24ㆍ여)씨는 지난 학기만 생각하면 아찔하다. 졸업 필수 학점을 채우려면 경영학 수업을 들어야 했는데 최씨를 제외한 나머지 조원 4명이 모두 외국인이었기 때문. 이들은 약속을 핑계로 과제 모임에 참석하지 않거나 한국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읍소하며 자기 몫을 미루기 일쑤였다. 최씨는 13일 “취업 준비에 조별 과제까지 혼자 도맡아 하느라 힘이 두 배로 들었다”며 “교수님과 학교 측에 아무리 유학생들의 태도 문제를 지적해도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 국제화 추세에 맞춰 각 대학이 해외 인재 유치에 적극 나선 결과, 어느덧 ‘외국인 유학생 10만명’ 시대가 눈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대학 내에서 한국 학생들과 외국인 유학생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학들이 외형 확대에만 매달려 외국 학생 통합정책 마련은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 유학생(1월 기준)은 9만5,13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1% 증가했다. 외국인 재적학생이 1,000명 이상인 대학도 15곳이나 돼 조만간 10만명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협화음은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B대에 재학 중인 김모(23)씨도 최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강의에서 같은 조였던 케냐 유학생이 의사소통이 힘들다는 이유로 모임을 피하다 갑자기 나타나 과제 틀을 뒤엎자고 한 것. 대학생 김모(21)씨도 “외국 학생은 고집이 세다는 인식이 강해 수강 신청 전 외국인이 많이 듣는 강의를 기피 목록에 올려 놓고 친구들끼리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 학생 간 마찰은 주로 소통의 어려움과 자기 주장을 표현하는 문화적 차이 때문이지만, 이를 완충해줄 수 있는 학내 시스템은 드물다. 외국인 유학생도 100% 영어 수업만 듣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과 소통을 위해서도 한국어 구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한국어 교육을 하는 대학 언어교육원은 수강료가 수십만원에 달해 들을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들의 고충을 해결해 주는 국제지원센터의 전문 상담 인력도 극소수인데다 유학생들의 적응을 돕는 ‘멘토-멘티’ 제도 역시 한국 학생들이 학업과 취업 준비에 시달리는 탓에 원활한 운영이 쉽지 않다.

상황이 이런데도 대학들은 파격적인 유학생 우대 정책을 내놓는 데에만 열중하면서 ‘역차별’을 부추기기도 한다. 서울 C대는 외국인 유학생의 직전 학기 성적이 3.0만 넘으면 최소 40%의 수업료를 면제해 준다. 유학생이 한국 대학에서 졸업할 경우 자국 내 한국기업 법인 취업을 보장하는 지방대도 있다. 대학생 전모(24ㆍ여)씨는 “한국 학생들은 평균 A학점을 받아도 장학금 혜택을 장담할 수 없는데 유학생들은 B, C학점만 따면 수혜 대상이 돼 수업이나 과제에 임하는 태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유학생 학사 관리에 일일이 개입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 대학 국제지원센터 관계자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교내 봉사단이나 동아리를 만들어 운영 중이지만 미묘한 문화 차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유학생 10만명 시대가 안착하려면 정부와 대학평가기관들의 국제화 평가 기준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평가 중 국제화 평가는 외국인 교수나 교환학생 비율, 영어강좌 비중같은 정량 지표에 의존하고 있다. 학생 중도탈락률, 언어능력 등 정성 평가는 잘 하는 대학만 인정해주는 인증제여서 대부분 대학이 외면한다. 대학알리미의 2015년 공시에 따르면 외국인 유학생의 중도탈락률이 10%가 넘는 대학은 전국 18곳에 이른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어렵게 한국을 찾은 외국인 학생을 얼마나 쓸모 있는 인재로 성장시키느냐가 대학 본연의 역할”이라며 “유학생 유치 규모에 가중치를 두는 현행 평가 방식으로는 국제경쟁력 강화는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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