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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집회 이어가야” vs “촛불만으론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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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집회 이어가야” vs “촛불만으론 한계”

입력
2016.11.2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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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만이 모여도 대통령 뻔뻔

4ㆍ19와 5ㆍ18도 폭력 수반해”

불복종 구호 제창 등 대안 고민

“물대포ㆍ쇠파이프 난무했다면

이 많은 사람들이 나왔겠나”

아직은 비폭력 고수 여론 우세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3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자동로터리 앞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3차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내자동로터리 앞에서 촛불을 든 시민들이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100만명이 모여도 박근혜 대통령은 더 뻔뻔한 자세로 하야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제 헌법에 보장된 저항권을 활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단상에 오른 여고생이 또렷한 목소리로 외치자 시민들이 함성으로 화답했다. 지난 19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경남시국대회’에서 고교생 홍수경(18)양은 촛불집회의 한계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홍양은 “4ㆍ19혁명, 5ㆍ18 민주화운동은 불량하고 미성숙한 시위였느냐”고 물으며 “필요할 경우 물리력을 사용해서라도 국가권력에 불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양의 연설이 담긴 영상은 23일 현재 3만5,000여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찬사를 받고 있는 평화시위에 회의론을 펴는 이 동영상이 이렇게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4차례 촛불집회는 평화롭게 시민들의 의사를 전달하는 장으로 자리잡았다는 호평을 받는다. 그러나 한 편 회의론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집회의 규모만 봐도 민심은 뚜렷하고 참가자들의 시민의식도 더할 나위 없이 높지만, 박 대통령이 이를 외면한 채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를 ‘사상누각’으로 비판하며 조사를 거부하는 등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200만명이 촛불을 들어도 지금처럼 질서정연하게 청소까지 하고 돌아간다면 정부는 ‘계속 해보라’는 식으로 오만하게 버틸 것”이라고 주장했다.

26일 5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적극적 저항을 구체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4차 촛불집회(19일) 직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등장한 ‘평화시위 프레임에서 벗어나 불복종하자’ 모임에는 현재 시민 100여명이 불복종운동을 확산시킬 방안을 논의 중이다.

불복종운동이란 부당한 법을 준수하지 않음으로써 부당함에 대한 여론을 환기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폭력을 동원하자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촛불집회를 뛰어넘을 수 있는 어떤 방식의 불복종운동을 벌여야 할지에 대해서는 분분한 의견만 있을 뿐 아직 수렴되는 방향은 보이지 않고 있다. ‘…불복종하자’ 모임에서 의견을 밝힌 참여자들은 ‘경찰과 대치하면 차벽 위에 올라 불복종 구호를 제창하자’는 등의 제언을 하고 있다. 모임에 참여 중인 최모(25ㆍ여)씨는 “폭력과 비폭력의 이분법을 넘어서기 위해 불복종을 강조하자는 데 동의했으나 ‘횃불을 들자’ ‘경찰버스에 낙서를 하자’ 등의 방법에는 반론이 제기되는 등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평화시위 기조를 고수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다. 100만명을 광장으로 이끈 힘은 세대와 계층을 떠나 민심을 하나로 모은 연대의식에 있고, 다양한 계층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축제 형식의 평화시위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직장인 김기황(28)씨는 “대선 때 박 대통령을 찍은 어머니가 먼저 거리집회에 나가자고 권유했다”며 “물대포와 쇠파이프가 광장에 난무했다면 이토록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생 이모(23ㆍ여)씨도 “인구의 3.5%가 평화적으로 저항할 경우 정권교체에 성공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들었다”며 “섣불리 폭력을 쓰면 박 대통령 퇴진을 염원하는 다수의 시민이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2일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행렬.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12일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운 촛불행렬. 사진공동취재단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분노를 수용하기 위한 국회 등 제도권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현철 전북대 사회교육과 교수 역시 “집권세력이 시민들 요구를 무시해버리면 (시위의) 효과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부정의한 법과 정책에 대해 저항하는 시민불복종은 평화와 공존할 수 있는 개념”이라며 “평화시위를 유지하면서 시민의 의지를 더 적극적으로 보여줄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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