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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마할의 자부심 이면에는 카스트의 굴레가

입력
2016.06.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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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굴제국 3대 건축물…타지마할, 아그라성, 붉은 요새

무굴제국은 16세기 전반에서 19세기 중엽까지 인도 지역을 통치한 이슬람 왕조를 말한다. 인도 곳곳의 대표적 건축물들이 바로 이 무굴제국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무굴제국의 사회 지배 체계는 아크바르 황제 시대에 거의 완성됐고, 이후 자한기르, 샤자한, 아우랑제브 황제로 이어지며 무굴제국은 전성기를 누렸다.

아그라의 타지마할. 샤자한이 왕비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무덤으로 무굴제국의 상징적 건축물이다.
아그라의 타지마할. 샤자한이 왕비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무덤으로 무굴제국의 상징적 건축물이다.
타지마할 남문.
타지마할 남문.

아그라에서 무굴제국 시대의 건축물 여행에 나섰다. 첫 번째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이라는 타지마할이다. 22년의 공사 기간, 약 2만 명의 사람들이 피땀을 흘려 만든 타지마할은 샤자한이 그의 왕비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무덤이다. 타지마할을 설명하는 가이드의 눈빛에서 인도인의 강한 자부심이 느껴진다. 입구에서부터 가로지르면 타지마할로 들어가는 남문인데, 타지마할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역시 웅장하고 화려하다. 남문을 지나면 타지마할이 보인다. 마치 하나의 큰 흰색 보석과도 같이 화려하고 웅장하다. 내리쬐는 햇빛이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가이드에 따르면 타지마할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기 위해 뒤편으로는 높은 건물을 짓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아그라성. 샤자한은 이곳에서 타지마할이 보이는 탑에 유폐돼 생을 마감했다.
아그라성. 샤자한은 이곳에서 타지마할이 보이는 탑에 유폐돼 생을 마감했다.
아그라성 입구.
아그라성 입구.
아그라성 역시 샤자한이 가장 공을 들인 건축물이다.
아그라성 역시 샤자한이 가장 공을 들인 건축물이다.

두 번째, 아그라성은 타지마할과 함께 인도를 대표하는 최고의 관광지이다. 갈색 돌로 이루어진 요새로 자연스럽게 웅장함이 느껴진다. 아그라성은 무굴제국의 3대 황제 아크바르 대제에 의해 처음 축성된 뒤 계속 증축됐는데, 가장 공을 기울인 이는 바로 타지마할을 세운 샤자한이라고 한다. 그러나 샤자한은 타지마할을 짓기 위해 국고를 탕진했다는 이유로 아그라성에 유폐되었고, 결국 타지마할이 가장 잘 보이는 포로의 탑, ‘무삼만 버즈’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델리의 붉은 요새. 붉은 사암으로 지었다.
델리의 붉은 요새. 붉은 사암으로 지었다.

세 번째는 델리의‘붉은 요새’다. 샤자한이 1638년 수도를 아그라에서 델리로 옮기며 지은 궁전 요새로 주재료인 붉은 사암에서 이름을 땄다. 이 요새는 1857년 무굴제국 황제들이 영국인들에게 성채를 내줄 때까지 머물렀던 곳이다. 3개의 건축물을 보면 당시 무굴제국의 부와 절대 권위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카스트와 빈부격차, 그리고 한국

무굴제국의 건축물들을 보기 위해 2번 침대열차를 탔다. 인도는 7,000개가 넘는 역을 보유한 세계 2위의 철도 대국이다. 기차 종류도 다양하고, 특급열차의 좌석만도 6개 등급으로 나뉜다.?그런데 악명 높은 인도 기차의 불편함보다도 여행 내내 나를 골치 아프게 한 것은 카스트 제도와 빈부격차였다.

인도에서 기차타기. 2등석은 지정석이 아니어서 전쟁터와 다름없다.
인도에서 기차타기. 2등석은 지정석이 아니어서 전쟁터와 다름없다.
선로까지 들어와 먹거리를 파는 상인들.
선로까지 들어와 먹거리를 파는 상인들.
아그라칸트역 플랫폼에서 한 아이가 빈 음료수 병을 들이키고 있다.
아그라칸트역 플랫폼에서 한 아이가 빈 음료수 병을 들이키고 있다.

현지인들에게 카스트와 행복에 대해 물어봤다. 비슈누(Bishunu, 17). 게스트하우스에서 짐꾼으로 6년 동안 근무하며 로비 앞에 잠자리를 마련해 잠을 자던 친구다. 학생이냐고 물으니 "학교에 다녀 본 적 없어요" 라고 말한다. 가족에 대해 물었다. "저희 가족들은 다 흩어져 살아요. 1년에 한 번 명절 때나 볼 수 있어요"하고 대답한다. 그럼에도 왠지 모르지만 그냥 행복하다고 한다. 너무도 밝은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아 다른 현지인에게 물어보았다. 아마도 그 아이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리라 설명한다.

게스트하우스 짐꾼, 17세의 비슈누
게스트하우스 짐꾼, 17세의 비슈누
릭샤꾼 쿠마르와 함께.
릭샤꾼 쿠마르와 함께.

오토릭샤(인도의 주요 교통수단. 택시와 비슷한 개념의 삼륜차) 기사의 집에 초대되어 식사를 하게 됐다. 비말 쿠마르(Bimal Kumar, 24)는 릭샤꾼으로 14년 근무한 친구다. 행복하냐고 물었다. “나는 조금만 행복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열심히 일하는데도 돈을 잘 못 벌거든”하고 대답한다. 그 역시 학교는 다녀본 적이 없었다. 치아가 상한 듯 핏기가 보였다. "치과에 갈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돈이 너무 많이 들거든."

행복에 대해 물어보면 종교에 기반해 대답하는 이들이 많았다. 힌두교의 특징적 사상은 윤회와 업인데, 힌두교는 인도인들에게 도덕관념을 세워주는 역할도 하지만 한편으론 숙명론도 심어준다. 그들 자신은 행복하다고 말하지만 글쎄, 나는 그들이 행복해 보이진 않았다.

카르틱 쿠마르(Kartik Kumar, 17)라는 고등학생 청년과 카스트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저는 카스트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카스트제도가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결혼할 땐 아직도 큰 걸림돌이거든요. 이런 것들이 인도의 사회 발전에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공무원이 되어서 그런 불합리한 제도를 없애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카스트제도는 1947년 법적으론 폐지됐지만 여전히 인도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익명을 요구한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은 "IT 업체 등 고소득업종에 입사 지원서를 낼 때 서류심사단계에서 중간층이나 하층 카스트 출신은 자동으로 걸러진다. 카스트제도가 완벽히 없어졌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도에서 인간 경시 풍조가 매우 심각한 이유도 바로 이 카스트제도 때문이라고 한다. 낮에도 아무렇지 않게 소매치기하는 사람들, 아무 곳에나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지저분한 환경이 사람의 급을 가려 차별하는 카스트제도에서 기인했다는 것이다.

델리 코넛플레이스 앞. 보도에 누워 구걸하는 사람들.
델리 코넛플레이스 앞. 보도에 누워 구걸하는 사람들.
델리 찬드니촉 무료급식 모습.
델리 찬드니촉 무료급식 모습.
도로변에 앉아 식사하는 모습.
도로변에 앉아 식사하는 모습.
델리 찬드니촉에서 소매치기를 하다 걸린 사람이 무자비하게 폭행당하고 있다.
델리 찬드니촉에서 소매치기를 하다 걸린 사람이 무자비하게 폭행당하고 있다.

누군가는 그게 바로 인도라며 당연하다는 듯 말하지만 인도의 상류층은 그렇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델리역 근처만 해도 같은 인도인이지만 누군가는 쇼핑을 하고 호텔에서 잠을 자지만 누군가는 구걸을 하고 노숙을 한다.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 세상은 마냥 그대로다. 세상이 그대로이니 굶주린 아이들도 동냥하는 아이들도 귀찮은 존재이고, 그렇게 그들은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런데 카스트가 과연 인도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그들의 카스트제도를 보고 더 씁쓸했던 것은 현재의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현상과 어딘가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갑질 문화와 엘리트주의, 부의 편중과 그를 통해 얻게 되는 사회적 신분의 대물림. 어딘가 많이 닮아있지 않은가?

인도의 GDP 성장률은 고공행진 중이다. 그러나 그 부는 공평하게 나누어지고 있지 않다. 여행기간 내내 나는 엄청난 빈부격차를 목격할 수 있었다. 한국은 어떤가. 소득불균형은 OECD국가 중 미국 다음으로 2위이다. 소득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45%를 차지한다. 아시아 국가 중 최고 수치다. 2016년 UN 세계행복보고서에서는 소득불균형을 행복지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소득불균형이 한국 경제의 걸림돌인지 지렛대인지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된다.

[배움]행복은 혼자가 아닌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행복여행가 김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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