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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워킹맘ㆍ대디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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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워킹맘ㆍ대디 공약’

입력
2017.02.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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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ㆍ육아 지원 확대 등

대선 주자들 앞다퉈 쏟아내지만

현실성 없고 재원 방안도 부실

“3040 표심 노린 포퓰리즘 우려”

/그림 2안희정 충남지사가 5일 서울 강북구 꿈의숲 아트센터에서 열린 '2040과 함께하는 아이 키우기 브런치토크'에서 한 어린이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서재훈 기자

여야 대선 주자들이 앞다퉈 저출산의 시대적 고민 속에 육아ㆍ보육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가히 육아ㆍ보육 정책의 홍수다. 거의 모든 후보가 경제민주화 정책을 쏟아냈던 2012년 대선이 비견될 정도다. 하지만 30, 40대 워킹맘ㆍ대디의 표심을 잡기 위한 주자들의 정치적 셈법이 이면에 어른거리면서 우려도 적지 않다. 치밀한 재원 방안 마련과 함께 민간기업의 적극적 협조 없이는 지난 대선의 경제민주화처럼 ‘공약(空約)’이 되고 말 것이라는 지적이다.

육아ㆍ보육 전쟁의 방아쇠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당겼다. 그는 1호 정책공약으로 현행 1년인 육아휴직을 3년으로 확대하고 자녀가 만 18세가 되기까지 3차례 나눠 쓸 수 있도록 한 '육아휴직 3년법'을 가장 먼저 제안했다. 퇴근 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업무지시가 없도록 한 '칼퇴근법'도 내놨다. 뒤를 이어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가 맞벌이 부모의 유연근무제 카드를 제시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0~12세 아동에게 100만원씩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을 꺼냈다.

주요 대선 주자들은 대부분 육아 휴직 기간 및 급여 인상과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로 정책 방향성을 잡고 있다. 5일 '안심 보육 제안'을 발표한 안희정 충남지사도 출산ㆍ육아휴직 급여 인상 등을 약속했다. 안 지사는 특히 "육아휴직 사용비율이 낮은 '블랙기업'에는 정부조달이나 정책금융 등의 지원을 원천 배제할 것"이라며 고강도 제재 방안까지 내놨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아빠·엄마의 육아휴직 의무할당제를 포함한 '슈퍼우먼방지법'을 제안하면서 아빠의 보육 의무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심각한 저출산이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고 심화하는 양극화 사회에서 일자리 나누기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선 주자들이 적어도 육아ㆍ보육 정책의 방향성은 제대로 잡았다는 평가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수당과 출산ㆍ육아휴직 급여 인상, 남성 육아휴직 확대, 국가의 보육 책임 강조라는 방향은 맞다”면서 “국가가 선도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인데 오히려 늦은 감이 없지 않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선 주자들의 정책에는 재원 마련이나 사회적 합의 등 선결과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육아휴직 기간과 보육 관련 기관 수를 늘리는 확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재원 마련 대책이 미비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란 광주여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3~5세 무상보육인 누리과정 예산은 국가가 마땅히 줘야 할 돈인데도 못 주는 형편”이라면서 “추가 재원 마련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을 외면한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여성의 유아휴직 확대가 자칫 경력단절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고,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 또한 인식의 대전환 없이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영애 숙명여대 사회교육대학원 교수는 "교사의 질을 높여야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고, 부모 교육이 이뤄져야 육아휴직도 내실화할 수 있다"며 "질 좋은 보육과 교육이 담보되고, 학부모 취업 재교육을 통한 경력단절 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저출산 해결의 단초가 마련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의 임금부담이 늘어나고 육아휴직으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 등의 현실까지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저출산 대책을 육아정책으로 치환하는 근본적인 문제점도 지적됐다. 진미정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보육시설 확충, 육아휴직 확대로 출산율 제고는 어렵다"면서 "영유아 보육 이후 교육 제도까지 연결해 장기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러다 보니 30, 40대 워킹맘ㆍ대디를 겨냥한 급조된 포퓰리즘 정책이란 지적이 쇄도하고 있다. 최재성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선 주자 공약에는 대체로 목표만 있고 구체성은 누락돼 있다”면서 “기업들이 액션에 나서도록 정책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박승희 교수는 특히 문재인 전 대표의 유연근무제를 겨냥해 “노동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무작정 유연근무제를 한다는 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육아휴직 실적이 좋은 사업장에 법인세 혜택을 제공하는 등의 인센티브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서상현 기자 lssh@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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