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애니북스토리] 유기견 블루에게 주어진 72시간

알림

[애니북스토리] 유기견 블루에게 주어진 72시간

입력
2015.09.16 11:03
0 0
책 '72시간'의 주인공 블루. 블루는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 유기동물 보호소의 가스실에서 안락사 당하기 직전 구조됐다. 사진출처: 블루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littleboybluedog)
책 '72시간'의 주인공 블루. 블루는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 유기동물 보호소의 가스실에서 안락사 당하기 직전 구조됐다. 사진출처: 블루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littleboybluedog)

사회관계형서비스(SNS)에서 새끼 턱시도(목과 배 등 몸의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이 검은색) 고양이 사진을 보고 실실 웃었다. 나와 함께 사는 턱시도 고양이 ‘대장’도 새끼였을 때 저렇게 예뻤을까? 대장이 길고양이였을 때 중성화 수술을 한 수의사가 “출산을 많이 해서 자궁이 너무 많이 상했다.”고 말했을 정도로 대장은 이미 나이가 많은 상태로 나와 만났다. 그래서 종종 대장의 새끼 시절이 궁금했다.

반면 19년을 함께 살았던 반려견 찡이는 생후 2개월 정도에 입양했으니 궁금할 게 없었다. 그런데 공장에서 일회용품 찍어내듯 개를 만들어내는 강아지공장에 대해서 알게 된 후 궁금해졌다. 모유 먹고 빨리 커져 버리면 안 되니까 찡이도 생후 한 달도 되기 전에 어미와 떨어졌을까? 한배 형제들은 좋은 집에 입양 됐을까? 찡이의 부모인 종견과 모견은 언제쯤 그 지옥에서 벗어났을까?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킴 캐빈도 유기견인 블루를 입양하고 나와 같은 질문에 빠진다. 저자는 블루의 서류에서 백선 치료에 관한 글을 본다. 피부병인 백선은 전염성이 높은 인수공통질환이다. 백선이 확실한 건가? 치료는 제대로 된 걸까? 이어지는 질문에 저자는 블루가 자신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을 되짚기 시작한다.

저자는 반려견 입양사이트를 통해서 거주지와 가까운 북동부 보호소에 있다는 유기견 블루를 입양했다. 하지만 블루는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 유기동물 보호소의 가스실에서 안락사 당하기 직전 가까스로 구조돼 근처 농장에서 보살핌을 받다 마침내 장장 800㎞의 거리를 꼬박 16시간이 넘게 달려 저자의 품으로 오게 된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블루는 수많은 사람과 장소를 거친다. 블루가 버려졌던 유기동물 보호소는 입소된 유기동물의 95%를 가스실에서 안락사로 죽이는 곳이다. 다시 말해 10마리가 입소하면 채 한 마리도 살아서 나가지 못하는 곳. 그마저도 법적으로 머물 수 있는 기간은 3일이며 안락사 주사가 아니라 가스실에서 죽는다. 개를 죽이는 데 가스는 5달러, 주사는 11달러가 들기 때문이다. 가스실에서 개는 30분이 넘게 고통 속에 아우성을 치다가 숨이 끊긴다.

가스실에 들어가기 직전 구조되어 간 농장에서 블루는 죽음은 피할 수 있었지만 혼자서 너무 많은 개를 돌보는 곳이라서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피부병을 표백제로 치료하는 곳, 케이지에 갇혀서 땅도 제대로 밟지 못하는 곳. 우리나라의 적잖은 사설 보호소가 떠올랐다. 선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제대로 된 제도와 봉사자의 지원을 받지 못할 때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생명을 떠안게 되는 상황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희망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태도로 유기동물 문제에 접근하는 사람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국토 면적이 넓은 미국에서 유기견 운송을 비행기로 돕는 곳도 있고, 중성화수술 전문 클리닉을 운영하는 수의사는 6년 동안 2만 마리에게 중성화 수술을 시켰고, 보호소를 기업처럼 운영하면서 매년 4,000 마리의 개를 구조하는 보호소도 있다. 유기동물을 돕는 방법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처한 상황과 가치관에 따라 방법론은 다르겠지만 결국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고 그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협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원제는 <Little Boy Blue>인데 한국판 제목은 <72시간>이다. 미국에서 하루에 살처분 되는 유기동물이 1만4,000 마리, 3일이면 4만2,000 마리라는 것을 강조하려고 지은 제목이다. 사실 미국, 일본 등의 보호소 계류 기간은 3~5일이다. 우리나라 10일. 숫자에서 한 생명이라도 살리는 것이 아니라 행정적으로 ‘처분’하겠다는 의도가 드러난다. 그렇게 처분되는 유기동물의 숫자가 미국은 1년이면 500만 마리가 넘는다. 생명의식이 높아지지 않고, 제도와 규제가 받쳐주지 않은 채 반려동물 산업만 발달했을 때의 미래가 어떤지 알려주는 무서운 지표이다.

김보경 책공장 대표

참고한 책: 72시간·킴 캐빈·가치창조

▶동그람이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

▶동그람이 카카오채널 바로가기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