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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도층의 무분별 발언… 개그 소재로 미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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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도층의 무분별 발언… 개그 소재로 미화까지

입력
2015.04.03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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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서강대 경영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학생들이 숙소 방문에 붙인 성희롱 성격의 방 이름과 규칙.
지난 2월 서강대 경영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학생들이 숙소 방문에 붙인 성희롱 성격의 방 이름과 규칙.

‘작아도 만져방’, ‘아이러브 유방’, ‘방 입장 시 위아래 춤(섹시춤) 3명 이상 추기(15학번 여학우 필수)’

지난 2월 서강대 경영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학생들이 숙소 방문에 종이로 붙여놓은 방 이름과 규칙이다. 이 단과대 14학번 남학생은 “진짜로 저런 행동을 시키는 게 아니라 술 먹고 놀 때 그냥 장난으로 쓴 것”이라며 “경영대는 다른 단과대에서는 금지한 러브샷을 해도 되는 것처럼 성적 농담이 허용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발생 후 보름이 지나 알려진 이 사건에 대해 대다수 재학생은 “부끄럽고 충격적”이라는 반응이지만 “섹스코드 유머가 꼭 나쁜 건 아니다”라는 등 가벼운 웃음거리로 이해하는 학생들 역시 존재한다.

물론 도처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성희롱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성희롱에 무딘 대학생들의 사고만 탓할 일은 아니다. “마사지 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이 서비스도 좋다.(이명박 전 대통령)” “룸에 가면 자연산을 찾는다.(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아나운서는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 등 사회지도층들조차 잊혀질 만하면 성희롱 발언을 시전한다.

대중문화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모니터위원회의 지난 3월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15세 관람가인 tvN의 ‘코미디 빅리그’는 성희롱을 개그 소재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오춘기’ 코너에서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자 가슴을 노골적으로 응시하고, 다른 여성 출연자와 가슴 크기를 비교하거나 작은 가슴 크기를 웃음거리로 삼았다. KBS ‘개그콘서트’의 ‘나 혼자 남자다’ 코너는 드세고 무섭게 묘사되는 세 명의 여자상사에게 성희롱 대상이 된 청일점 남자 사원을 소재로 삼았다. 여자친구가 있다는 남자 사원에게 여자 상사가 “골키퍼가 있다? 재미있는 게임이 되겠는걸”이라거나 “이미 넌 내가 찍었으니까”라고 치근덕대는 식이다.

민언련 관계자는 “‘개그를 다큐로 본다’며 코미디 프로그램 비평에 대한 비판 댓글을 다는 이들이 있다”며 “방송이 가지는 막대한 영향력과 파급력을 감안하면 성희롱 소재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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