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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특검 수사도 수용”… 2선후퇴 여부는 밝히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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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특검 수사도 수용”… 2선후퇴 여부는 밝히지 않아

입력
2016.11.0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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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국회에서 민주당 일부 의원과 당직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담화 생중계를 보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4일 오전 국회에서 민주당 일부 의원과 당직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담화 생중계를 보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현직 대통령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4일 밝힌 대국민담화에서 검찰 수사 수용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정치 원로들과 여야의 ‘2선 후퇴’ 요구에는 입을 다물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 청와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 잿빛 바지정장 차림으로 섰다. 박 대통령은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최대한 협조하겠다”면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 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 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 설립 비리로 시작해 속속 드러나고 있는 최씨의 국정 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도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의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 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를 ‘특정 개인의 위법행위’로 선을 그은 것이다. 검찰 수사의 초점이 될 박 대통령 자신의 지시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이라며 도덕적 책임을 인정했다.

최씨와의 관계에 대해선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었던 최씨로부터 도움을 받았고, 왕래하게 됐다”며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주었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추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해명했다. 박 대통령이 육영수 여사 서거 이후 퍼스트 레이디 대행 시절 의지한 것으로 알려진 최씨의 아버지 최태민씨와 관련해 세간에 돌고 있는 의혹 일부를 거론하며 부인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심지어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최씨의 국정 개입 여부 등 의혹의 실체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삼갔다. 박 대통령은 “자칫 저의 설명이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여 오늘 모든 말씀을 드리지 못하는 것뿐이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밝힐 것”이라는 말로 갈음했다.

중립적인 거국내각 구성, 국무총리에 대통령으로서 권한 이양 등 정치권과 사회의 요구에도 답하지 않아 논란도 예상된다. 박 대통령은 다만 “국내외의 여러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 되어야만 한다”는 말로 국정 공백의 우려를 표시했다. 또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온 국정 과제들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 찍히고 있는 현실도 참으로 안타깝다”며 “일부의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만큼은 꺼뜨리지 말아주실 것을 호소 드린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자신이 국정 주도권을 계속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참담한 심정을 표현하는 데 담화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담화 초반부터 목소리가 떨렸고 때로 울먹이는 듯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정을 믿고 맡겨주신 국민 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든다”,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 “국민이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왔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되어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다” 등으로 자신의 심경을 나타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최순실 게이트 이후 처음 대국민사과를 했으나 거짓 사과 논란이 거세게 일었고 결국 열흘 만에 다시 국민 앞에 서게 됐다. 당시 첫 번째 사과는 녹화였지만 이날은 생방송으로 전국에 중계됐다. 당시 사과는 100초 가량이었고, 이날 담화는 9분 정도였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김지은 기자 luna@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4일 오전 '최순실 국정개입' 의혹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실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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