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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가 만드는 인터넷 방송 ‘법 사각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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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가 만드는 인터넷 방송 ‘법 사각지대’

입력
2017.11.29 18:1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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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 무섭냐, XX야” “XXX 없는 XX”

SBS 제작 ‘모비딕’

비프음 처리 욕설·비속어 난무

성형외과 노골적 선전하기도

온라인 플랫폼 통해 방송 돼

방송법 적용도 어려워

지난 9월 방송된 SBS 모비딕 예능콘텐츠 '양세형의 숏터뷰'에서는 비프음 처리된 욕이 수 차례 노출됐다. 지상파 방송이라면 방송 언어에 대한 규정을 위반한 행위로 규제 대상에 해당된다. SBS 모비딕 방송화면 캡처
지난 9월 방송된 SBS 모비딕 예능콘텐츠 '양세형의 숏터뷰'에서는 비프음 처리된 욕이 수 차례 노출됐다. 지상파 방송이라면 방송 언어에 대한 규정을 위반한 행위로 규제 대상에 해당된다. SBS 모비딕 방송화면 캡처

지난해 SBS가 출범시킨 모바일 콘텐츠 제작 플랫폼 ‘모비딕’이 광고효과·욕설 등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어긋나는 방송 행태를 보이고 있지만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정부가 관리 감독 권한을 가지는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 방송과 달리 지상파 방송사가 제작을 주도하는 인터넷 방송은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법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비딕의 예능콘텐츠 ‘양세형의 숏터뷰’에는 욕설, 비속어 등 과격한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지난달 12일 방영된 배우 마동석 편에서는 진행자 양세형과 제작진이 “X소리 하지마” “XXX 없는 XX” “나는 안 무섭냐, XX야”라는 등 비프음 처리된 욕설 대화가 오고 갔다. 이 장면이 TV를 통해 방송됐다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의 규제 대상이 된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의도적으로 무음, 비프음, 모자이크 등의 기법을 사용한 욕설 표현도 방송의 품위를 해치는 행위(27조 2항)로 규제 받을 수 있다.

이번 달 첫 방영된 모비딕의 성형토크쇼 ‘미스코리아’는 지나친 광고 효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9일 방송에 출연한 성형외과 원장을 소개하며 병원 명칭을 그대로 노출했고, 방송 말미에는 맥락 없이 해당 성형외과의 전경과 시술 장면을 공개했다. 영업장소를 지나치게 부각해 시청흐름을 방해하고 상표, 로고, 명칭을 반복적으로 노출하는 경우(46조 1항)에 해당한다. 16일 방송에는 “가슴수술을 하면 대부분 부부금슬이 좋아지더라”는 등 의료행위를 과신하게 하는 단정적인 표현(42조 1항)도 등장했다. ‘김기수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 ‘연예인의 소름 돋는 60초 리뷰’도 매 회 제품명을 그대로 노출한다. SBS의 한 관계자는 “방송 심의 관련해서 면밀히 살펴보는데, 온라인 규제에 위반되는 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협찬 받은 제품명을 노출하고 있다”며 “SBS의 이름을 내걸고 나온 브랜드인 만큼 지상파의 역할과 품위를 잃지 않는 선에서 자율성을 지키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모비딕은 모바일 콘텐츠를 만든다고 하나 제작 주체는 지상파인 SBS다. 사내에 모바일 제작사업팀을 만들고, 사내 예능PD와 작가들로 제작팀을 꾸렸다.

방송의 공적 책임이 있는 지상파의 제작물이 시청자의 윤리의식과 정서를 해치는 콘텐츠를 여과 없이 내보내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방안은 미흡하다. 모비딕은 네이버TV, 유튜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방송돼 통신 분야의 매체로 분류된다. 사업자가 별도로 추진하는 부가통신서비스에 해당해 방송법 적용이 어렵다. 공적인 위상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사업 허가를 받는 지상파 방송이 미디어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제도의 맹점을 악용하고 있는 셈이다. 방통심의위의 한 관계자는 “통신 분야의 콘텐츠도 심각한 차별, 비하 등 혐오 표현에 대해 심의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긴 하지만 제한적”이라며 “모바일 방송의 경우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규제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온라인 콘텐츠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세워 지상파 TV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관리 감독을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모비딕 ‘양세형의 숏터뷰’는 지난 추석연휴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편성돼 SBS에서 방송됐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지상파의 이름을 걸고 하는 온라인 방송은 1인 미디어 방송보다 큰 파급력이 있는 만큼 제작물에 대한 공적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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