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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지도 못할 방위비 분담금 더 내놓으라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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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쓰지도 못할 방위비 분담금 더 내놓으라는 미국

입력
2017.08.2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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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규모 결정 한미 협상 임박

미지급액ㆍ불용액 합쳐 6223억원

약속된 용처 탓에 마음대로 못 써

사드 운용 비용 전용하려 할 수도

“황제 주둔 감사커녕 돈 더 내라니”

김종대 의원 “한국군 복지에 써야”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14일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14일 서울 용산 한미연합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9년부터 적용될 방위비 분담금을 놓고 한미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협상에 돌입한다. 방위비 분담금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이 분담하는 몫이다. 1990년대까지는 미국이 한 푼도 받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면서 매년 수천억원씩 가져가기 시작했다. 한국도 살 만해졌다는 이유에서였다. 2001년 4,882억원에서 출발한 분담금은 2005년 빼곤 해마다 커졌다. 올해 말이면 9,5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 정도 규모다. 그런데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 무임 승차는 안 된다’며 증액 요구를 벼르고 있다. 이미 6월 말 한미 정상회담 때 ‘공정한 분담이 이뤄지게 할 것’이라고 공식 거론한 상태다. 1조원을 훌쩍 넘는 금액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분담금 중 용처를 찾지 못한 채 남아도는 돈이 상당하다는 사실이다. 국회 국방위원인 김종대 정의당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 국방위 결산 소위에서 몇 번 혈압이 올랐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언제고 미국이 달라고 하면 줘야 할 돈이 총 6,223억원이나 된다”면서다. 김 의원에 따르면 주한미군이 당장 9,000억원이 넘는 분담금을 어디다 써야 하는지 용도를 찾지 못해 국방부는 미 측과 합의된 금액보다 매년 더 적은 돈을 지급해 왔다. 김 의원은 “그러면 그 차액이 차곡차곡 쌓여 우리가 미국에 지불해야 할 채무가 되는데, 지난해까지 그 누적액이 5,40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더 놀라운 것은 그렇게 적게 지급한 분담금도 남아서 매년 불용액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누적액이 823억원에 이른다”고 폭로했다. 결과적으로 미국은 매년 필요 이상의 돈을 내놓으라고 요구해 일부를 꾸준히 축적하는 동시에 받아간 돈마저 제대로 다 쓰지 않고 다시 또 남겨 온 셈인데, 6,223억원이라는 목돈이 그런 식으로 마련된 것이다.

이렇게 미국이 돈을 쟁여둘 수밖에 없었던 건 분담금 용도가 정해져 있어서다. 분담금은 원칙적으로 주한미군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와 각종 미군기지 내 건설 비용, 군수 지원비 등 세 가지 명목으로만 쓸 수 있다. 이 중 건설비의 경우 사용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건물 등 현물 지급액이 과도하게 책정돼 매년 수백억원대 돈이 이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현금으로 지급된 군사 건설비를 집행하지 않고 은행에 예치해 막대한 이자 수익을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주한미군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서울 용산에서 경기 평택으로 미군기지를 이전하는 공사도 거의 완료된 만큼 건설비 명목의 분담금을 특별히 더 쓸 데도 없어진 상황이다.

때문에 분담금 증액을 수용하지 않는 건 물론 분담금 채무의 지급도 정부가 거부해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그는 “방위비 분담금과 별도로 평택에 다른 해외 미군기지와 비교할 수 없는, 가장 크고 호화로운 신도시를 지어주고 ‘황제 주둔’을 누리게 해줬더니 ‘감사하다’는 말은 못할망정 툭하면 ‘돈 더 내라’, ‘주한미군 빼겠다’고 말하는 이런 국가가 동맹이 맞냐”고 반문했다. 그는 “그 돈은 한국군 복지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당국자는 25일 “미국과의 협상에 앞서 미국의 인상 압박에 대한 방어 논리 차원에서 집행되지 않은 분담금 문제도 당연히 거론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수는 사실상 주한미군 배치가 결정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운용 비용이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이 4월 미 하원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사드 부지 개선 같은 최근 급작스럽게 발생한 비용도 포함한다’고 돼 있다. 당초 사드를 들여와 가동하는 비용은 전부 미국이 부담한다는 게 양국 합의라는 우리 정부 설명과 달리, 집행되지 않은 방위비 분담금을 사드 운용 비용으로 돌려 쓸 수 있다는 의견을 미국이 제시한 것이다. 미집행 분담금 채무 6,223억원이 향후 5년간 방위비 분담금 규모를 놓고 벌일 한미간 협상 과정에서 뇌관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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