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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도 잊고 불 속에 뛰어들어 "그저 살릴 생각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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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도 잊고 불 속에 뛰어들어 "그저 살릴 생각뿐"

입력
2014.12.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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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목 디스크 환자 이종식씨,

아빠 살려 달라는 아이들 외침에 화재 현장 들어가 40대 남성 구해

이종식씨가 27일 인천 남동소방서에서 목 디스크에도 불구하고 40대 남성을 화재에서 구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이종식씨가 27일 인천 남동소방서에서 목 디스크에도 불구하고 40대 남성을 화재에서 구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목 디스크를 앓던 한 70대 노인이 불이 난 주택으로 뛰어들어 40대 남성의 목숨을 구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인천 남동구 주민 이종식(70)씨.

27일 인천 남동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0분께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에서 불이 났다. 당시 집 안에 있던 A(10)군과 동생은 급하게 속옷차림으로 탈출해 화를 면했지만 아버지 B(46)씨가 미처 빠져 나오지 못했다. A군과 동생은 “우리 아빠가 저 안에 있어요. 우리 아빠 못 나왔어요”라고 외치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선뜻 나서는 주민은 없었다.

큰불이 났다는 주민들의 외침을 듣고 현장을 찾은 이씨는 A군과 동생이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보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소방대원과 경찰도 도착하지 않았지만 촌각을 다투는 급박한 상황에서 이씨는 B씨를 구해야겠다고 결심, 시커먼 연기가 피어 오르는 반지하로 뛰어들었다.

실내에 가득 찬 연기가 시야를 가리고 숨통을 막았다. 장갑으로 코를 막고 연방 “여보세요. 거기 아무도 없어요?”라며 B씨를 찾아 헤맸다. 이씨는 곧 B씨의 손을 발견, 곧바로 팔을 잡아당기며 현관으로 향했다. 뒤에서 뜨거운 열기가 달려 들었지만 무조건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에 현관문만 바라보며 달렸다. 이씨는 “B씨와 현관문을 나서자마자 뒤에서 폭발음이 들렸다”며 “가스가 터지는 것 같았는데 조그만 더 늦었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불은 반지하 주택 40㎡가량을 태우고 소방서 추산 710만원의 재산피해를 내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15분 만에 꺼졌다. B씨는 연기를 마셔 호흡기 계열에 통증을 호소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장비를 10년 넘게 관리ㆍ운전했던 이씨는 최근 목뼈에 이상이 생겨 일을 그만두고 현재 노인복지회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이씨는 “평소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나서는 성격이다. 그저 목숨을 걸고 아이들 아버지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에 연기 속으로 뛰어들었다”며 “애처롭게 도움의 손길을 바라던 아이들이 아버지를 살렸다. 소중한 생명을 구해 뿌듯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어 “자랑할만한 일은 아니지만 이 이야기가 주민들이 위기에 처한 이웃을 돕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이환직기자 slamhj@hk.co.krㆍ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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