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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참사 잊었나… 화재 현장 주변도로 불법 주차 차량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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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참사 잊었나… 화재 현장 주변도로 불법 주차 차량 가득

입력
2018.02.26 04:4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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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소방 통신망 아직도 먹통

지난해 12월 21일 화재로 69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이면도로에 21일 오후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돼있다. 도로 양편을 무단 점령한 차량들 때문에 지나가는 승용차가 중앙선 위로 달리고 있다. 한덕동 기자
지난해 12월 21일 화재로 69명의 사상자를 낸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이면도로에 21일 오후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돼있다. 도로 양편을 무단 점령한 차량들 때문에 지나가는 승용차가 중앙선 위로 달리고 있다. 한덕동 기자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제천 화재가 발생한지 꼭 두 달만인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화재 현장.

화마에 휩싸였던 스포츠센터 건물은 외벽이 새까맣게 그을리고 유리창은 처참하게 깨진 흉물로 방치돼 있었다. 철제 울타리가 쳐진 1층 필로티 내부는 타다 남은 전선과 휘어진 철근이 마구 뒤엉켜 있어 그날의 참상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참사의 교훈을 벌써 잊은 듯 주변 도로의 불법 주정차는 변함이 없었다. 스포츠센터 건물과 연결되는 폭 6m 남짓한 도로 양편을 수십 대의 차량이 차지하고 있었다. 주차된 차량을 피해 도로 한 가운데로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차량이 눈에 들어왔다.

주민 이모(64)씨는 무단 주정차 차량들을 가리키며 “화재 발생 후 매스컴에서 ‘주정차 차량 탓에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떠들어댈 때는 도로변 주차가 뜸하더니 얼마 안가 예전과 똑같아졌다”고 혀를 찼다.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주변 도로는 여전히 무단 주정차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덕동 기자
흉물로 방치되고 있는 제천 스포츠센터 건물. 주변 도로는 여전히 무단 주정차 차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덕동 기자

화재 참사로 제천 스포츠센터는 더 이상 운영하지 않지만 충북 지역의 또 다른 스포츠센터를 둘러보니 화재 당시 논란이 됐던 비상구가 막혀있는 등 안전불감증은 여전했다.

PC방, 노래방 등이 입주해 있는 한 건물의 2~3층 사이 비상계단에는 플라스틱 통과 청소도구가 놓여 있어 통행을 방해했다. 3층 비상구를 열어봤더니 꿈쩍도 하지 않았다. 비상문을 잠근 이유를 묻자 업소 종업원은 “날씨가 춥고 계단에서 피우는 담배 냄새가 들어온다고 손님이 난리를 피워서 잠시 닫아 놨다. 평소에는 잠그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충북도소방본부가 제천 화재 이후 도내 목욕탕과 찜질방 115개소를 일제 점검한 결과 절반이 넘는 67개소에서 74건의 소방 법규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특히 제천지역 복합건축물 9곳을 대상으로 한 점검에서 양호 판정을 받은 1곳에 불과했다. 위반 사항은 스포츠센터 건물 화재 참사에서 지적된 내용과 흡사했다.

제천소방서 관계자는 “하소동 화재 참사 이후에도 대부분의 목욕탕, 찜질방들이 소방안전 시설을 개선하지 않아 무척 당황스러웠다”며 “다중이용 시설을 관리하는 업주들의 안전의식이 개선되지 않고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제천 화재 당시 도 소방상황실과 현장지휘부 간의 무선통신 먹통으로 인명 구조 작업에 차질이 빚어진 것은 소방당국의 조사로 확인된 사실이다. 하지만 충북의 노후 무선통신 설비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고, 24시간 상시 점검 체계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충북도소방본부 관계자는 “예산 문제 등으로 무선망 설비 보수는 이달 19일에야 시작됐다. 다음달 20일까지 수리를 마칠 예정이며, 외부 전문업체에 무선통신망 상시 점검을 위탁하는 사업은 계약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제천=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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