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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인공섬 놓고 긴박한 미중 군함 추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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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인공섬 놓고 긴박한 미중 군함 추격전

입력
2015.10.2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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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모래톱. 출처 바이두
수비 모래톱. 출처 바이두

“항해의 자유를 위협하는 해상 만리장성 건설을 용납할 수 없다.”(미국)

“원래 우리 섬이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3번 생각한 뒤 행동하라.”(중국)

27일 오전 미국 구축함 라센이 중국이 남중국해에 만든 인공 섬의 12해리 안으로 진입하자 중국 해군이 즉각 미 군함을 추격하며 경고했다. 남중국해에서 산호초를 메워 활주로와 군 기지를 만들어 온 중국과 이러한 시도를 묵인할 수 없다는 미국이 정면 충돌 양상으로 치달으며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7일 미 CNN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 7함대 소속 9,200톤급 이지스 구축함인 라센(DDG 82)이 ‘무해통항’(無害通航·innocent passage)이라 지칭된 작전 하에 이날 오전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ㆍ南沙) 제도의 수비 모래톱(중국명 주비자오·渚碧礁)과 미스치프 산호초(중국명 메이지자오·美濟礁)의 12해리(약 22.2㎞) 안으로 진입, 항해했다. 미국 해군의 대잠 초계기 P-8A와 P-3도 작전에 투입됐다.

이에 중국 군함도 미 군함을 감시하고 뒤를 따라 붙으면서 경고 방송을 했다. 중국 국방부는 이날 양위쥔(楊宇軍)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중국 해군의 미사일 구축함 란저우(蘭州)호와 순찰함 타이저우(台州)호가 미군 구축함에 대해 경고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미 라센함이 중국 정부의 허가도 없이 불법으로 중국 난사군도의 관련 해역에 진입했다”며 “중국 관련 법에 따라 미 함정에 대해 감시와 추적, 경고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양국 간 신경전이 벌어진 수비 산호초는 중국군이 주둔하며 지키고 있는 남중국해 난사군도 기지 3곳 중 중국 대륙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다. 동경 114도, 북위 10도 부근으로, 중국 하이난(海南)성에선 1,000㎞ 가량 떨어져 있지만 필리핀까지는 500㎞도 안 된다. 길이 6.5㎞, 폭 3.7㎞의 이 모래톱에 중국은 활주로와 부두 등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또 스프래틀리 군도의 또 다른 산호초인 화양자오(華陽礁)와 츠과자오(赤瓜礁)에 높이 50m의 등대도 최근 가동을 시작했다.

미군이 이날 남중국해의 중국군 기지 코 앞까지 구축함을 보낸 것은 중국이 인공 섬을 조성,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것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미국은 공해상 항해의 자유가 지켜져야 명분을 내세웠다. 미국이 군함을 중국이 인공 섬으로 만든 남중국해의 산호초 12해리 해역 안으로 보낸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은 발끈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이날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일 공공외교 포럼 중 기자들로부터 중국의 입장을 질문 받자 “미국에게 3번 생각한 뒤 행동할 것을 권고한다”고 답했다. 왕 부장은 이어 “경거망동을 하지 말고, 공연히 말썽을 일으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상무부부장은 이날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를 초치해 강하게 항의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산호초 섬들은 원래 중국 땅이라는 입장이다. 2차 대전이 끝난 뒤 국민당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남중국해의 각 섬들에 대한 영유권을 돌려 받았으며 공산당이 이를 계승한 만큼 국제법적으로도 아무런 다툼의 소지가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경우 남중국해 대부분은 사실상 중국 바다가 된다. 중국이 남중국해 지도 상에 표시한 9단선(段線ㆍdash line)은 남중국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선은 1940년대 후반 국민당 정부가 남중국해를 빙 두른 주머니 모양의 11단선을 그은 것을 이후 공산당 정부가 50년대 초 베트남 부분을 수정해 변경한 것이다. 하지만 남중국해에 접한 베트남과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은 중국이 이 9단선을 앞세워 자국 어민들의 전통적인 조업 지역까지 중국 땅이라는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불만이다.

‘아시아 회귀’를 선언한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물러설 경우 아시아 전체의 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달 필리핀과 말레이시아를 방문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한 소식통은 “미국은 중국이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에 도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중국은 미국이 중국을 봉쇄하려 든다고 의심하고 있다”며 “중화의 부흥을 외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나 선거를 의식할 수 밖에 없는 오바마 대통령이나 물러설 곳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소식통은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선포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에도 양측의 충돌 위기감이 있었지만 실제 충돌은 없었다”며 더 이상 사태가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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