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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투표율은 올랐는데 '청년 정치인'은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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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투표율은 올랐는데 '청년 정치인'은 실종됐다

입력
2016.04.1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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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치른 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청년들의 투표율이 20대 49.4%, 30대 49.5%(KBS 출구조사 기준)로 크게 증가했다. 50% 이상을 기록한 40대 이상보다는 낮지만 지난 19대 총선과 비교하면 20대 13.2%포인트, 30대 6.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당선된 국회의원들 가운데 20, 30대는 역대 최저인 3명이다. 전체 300개 의석 수 가운데 100분의 1에 불과하다. 그것도 지역구는 부산 연제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해영(39) 당선자가 유일하다. 나머지 새누리당 신보라(33) 당선자와 국민의당 김수민(29) 당선자는 모두 비례대표다.

16대~20대 역대 2030 정치인 수
16대~20대 역대 2030 정치인 수

이전까지 역대 최저 20,30대 의원수를 기록한 국회는 4명이 뽑한 1985년 12대였다. 2000년 이후 이 숫자는 17대 국회에서 23명으로 최고점을 찍고 18대 7명, 19대 9명으로 10명을 밑돌았다.

20대 국회 2030 정치인, 단 3명

이는 예견된 일이었다. 이번 선거에서 20,30대 지역구 출마자는 20대 20명, 30대 50명 등 총 70명 뿐이었다. 비례대표도 청년 숫자가 이전보다 줄었고 주요 정당들이 대부분 당선권에 배치하지 않았다.

비례대표로 총 17석을 얻은 새누리당은 44명의 비례대표 후보 중 청년 몫으로 신보라(7번) 당선자 1명만 배치했다. 19대 총선에서는 27명의 비례대표 당선자 가운데 3명이 30대였다.

더민주는 비례대표로 13석을 얻었지만 20,30대 청년 당선자는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더민주는 후보 경선과정부터 청년 몫을 놓고 갈등을 겪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김빈(34) 예비후보의 탈락이 청년 비례대표 제도 변경에 대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확정된 4명의 청년 후보 가운데에서도 자격 논란 등으로 1명은 사퇴하고 1명은 후보자격을 박탈당했다.

남은 2명 중 정은혜(32) 후보는 16번, 장경태(32) 후보는 24번을 받았다. 19대 총선 당시 청년비례대표였던 김광진 의원이 10번, 장하나 의원이 13번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번호가 한참 밀렸다.

13석의 비례대표 당선자를 배출한 국민의당은 유일한 청년 후보인 김수민(29) 후보를 7번으로 배치해 당선시켰다. 그는 역대 주요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가운데 최연소였다.

정의당은 비례대표로 4석을 확보했으나 청년 후보로 6번에 배정된 조성주(37) 후보는 탈락의 쓴 잔을 마셨다. 노동당 비례 1번 용혜인(26) 후보, 민중연합당 비례 1번 정수연(27) 후보도 탈락했다.

한 청년 유권자가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열린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경운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난 뒤 인증을하기 위해 손 등에 찍은 투표도장을 보여주고 있다. 심현철기자 shim@koreatimes.co.kr
한 청년 유권자가 제20대 국회의원선거가 열린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경운학교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난 뒤 인증을하기 위해 손 등에 찍은 투표도장을 보여주고 있다. 심현철기자 shim@koreatimes.co.kr

2030세대라고 '청년 정치인'?

청년 정치인은 청년 의제를 공론화시키는 '청년 세대' 를 말한다. 굳이 '나이'를 요건으로 꼽는 것은 청년의 입장에서 보고 듣고 말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대 국회에 입성한 3명의 2030 정치인들은 과연 속 시원하게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진정한 '청년 정치인'일까?

새누리당 신보라 당선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새누리당 신보라 당선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새누리당 신보라 당선자는 당내 3명의 2030 당선자 가운데 가장 많이 '청년'을 강조했다. 그는 보수 청년단체인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를 맡아 꾸준히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지지했다. 그만큼 정부 입장을 강하게 대변했다. 신 당선자는 지난해 12월 노동계와 정부가 첨예하게 맞선 노동개혁 5대 입법 개정안 통과를 주장하며 다른 청년 보수단체들과 함께 국회 앞에서 '릴레이 한끼 단식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총선기획단장은 "지난해 노동개혁 토론회가 열릴 때마다 우리는 '반대', 신 당선자는 '찬성' 입장으로 항상 만났다"고 말했다.

경선과정에서 잡음도 있었다. 신 당선자는 새누리당 최공재 공천관리위원의 친형이자 서울 은평갑에 출마한 최홍재 후보 선거사무장의 부인으로 뒤늦게 밝혀져 '지인 공천' 논란을 빚었다. 그 바람에 새누리당 국민공천 배심원단이 비례대표 제외를 요청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당선인.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당선인. 연합뉴스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 연제구에서 깜짝 승리한 더민주의 김해영 당선자는 변호사 출신이다. 그는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있는 법무법인 부산에서 사법연수 실무수습을 했고 나중에 대선 후보로 나선 문 전 대표의 부산 홍보위원회에서 일했다. 지난해 더민주의 연제구 당 지역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선거 기간 어려웠던 지난날을 강조하며 '흙수저'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그는 올해 39세로 내년에 40대가 된다. 그는 또 청년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로 출마해 청년 문제만 중점적으로 돌볼 수 없는 입장이다.

국민의당 김수민 당선자. 연합뉴스
국민의당 김수민 당선자. 연합뉴스

국민의당 김수민 당선자는 비례 후보로 결정 될 때까지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어 '깜짝 발탁'으로 꼽혔다. 그는 숙명여대 교내 디자인 동아리 '브랜드 호텔'에서 활동하며 이를 벤처기업으로 전환시켰다.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탄 것은 과자 '허니버터칩'과 이마트의 자체상품 '노브랜드' 디자인에 참여하면서부터다. 하지만 전직 비례대표 의원을 지낸 여권 인사의 딸로 밝혀지면서 '금수저 논란'을 일으켰다.

청년단체 "청년 정책 대화 창구 사라졌다"

지난 국회에서 야당의 청년 의원들을 통해 청년 문제를 의제화했던 시민단체들은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하는 입장이다. 더민주당의 청년 의원이었던 장하나·김광진 의원이 이번 후보 경선에서 탈락됐고 노동·청년 문제에 적극적이었던 은수미 의원도 낙선했다. 정준영 청년유니온 총선기획단장은 "청년의 열기는 투표를 통해 모아졌는데 이를 같은 세대 정치인을 통해 드러내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졌다"며 "청년문제가 하나의 정책 분야로 자리잡고 있는데도 당장 정책을 함께 이야기하며 협력할 수 있는 의원들이 사라졌다”고 평했다. 그는 또 “청년들의 투표 열기에 비해 정당들이 세대교체와 인물교체에 소극적이었다"며 "이번에 당선된 2030 정치인들의 면면을 보면 청년정책을 얼마나 의지를 갖고 열심히 추진할 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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