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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험관아기 서른살… '임신의 기술' 쑥쑥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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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시험관아기 서른살… '임신의 기술' 쑥쑥 자랐다

입력
2015.01.01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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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동결 등 기술 크게 발전 숙련 병원은 성공률 50% 넘어

난임부부 한 해 4만8000건 시술

1985년 10월 12일. 서울대병원에서 이란성쌍둥이 남매의 힘찬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장윤석 산부인과 교수팀이 국내 첫 시험관아기를 탄생시킨 순간이었다. 그 남매가 올해로 만 서른이 됐다. 누나는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고, 남동생은 직장에 다니다 유학길에 올랐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이 시작된 지 30년째 된다. 첫 성공은 세계 18번째로 후발주자였지만, 현재 기술은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앞서 있다. 많은 난임 부부에게 희망이 돼온 이 기술이 최근 한편에선 사회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30년 전만 해도 국내 시험관아기 성공률은 1%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지금은 50%대까지 뛰어올랐다. 한번 채취한 난자로 시술을 2, 3차례 시도하는데, 이를 합친 누적 임신 예측률이 80%를 넘기도 했다. 정자와 난자 수정으로 자연임신에 성공하는 확률(약 25%)을 한참 뛰어넘은 수치다. 이 같은 비약적 발전이 가능했던 건 3가지 기술 덕분이다.

먼저 호르몬제다. 과거엔 자연적으로 자란 난자를 뽑아 시험관에서 수정시켰기 때문에 한번에 한두 개로밖에 시도하지 못했다. 그러나 호르몬제 등장으로 10개 안팎의 난자를 한번에 채취할 수 있게 됐다(과배란). 또 다른 기술은 정자주입이다. 난자에 가는 관을 꽂고 정자를 직접 넣어주는 것이다. 수정 확률을 끌어올린 이들 기술은 각각 여성과 남성 난임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나머지 하나는 난자동결 기술이다. 시험관에서 얻은 수정란을 자궁에 넣었는데 착상에 실패하면 전에 채취해둔 난자로 다시 수정을 시도한다. 그래서 시술 후 남은 난자는 신선도 유지를 위해 얼려놓는다. 인체에서 가장 큰 세포인 난자에는 정자보다 5만 배 많은 수분이 들어 있다. 때문에 얼렸다 녹이면 물이 얼음결정으로 변해 난자를 손상시킨다. 이 문제를 해결한 동결 기술이 개발되면서 시험관아기 성공률은 현재 수준으로 급상승했다.

그러나 몇몇 병원이 성공률이 50%를 넘고 대부분은 성공률이 30%에 못 미친다. 보건복지부가 비용을 지원한 난임 부부의 시험관아기 시술 중 출산에 성공한 건 약 26%다. 정형민 건국대 의대 교수는 “난자와 배아를 다루는 과정이 손을 많이 타 의료진의 경험과 숙련도에 성공률이 크게 좌우된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이 집계한 시험관아기 시술 건수는 2012년 4만8,238건으로 국비 지원 전인 2005년(2만1,154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한번에 300만~400만원의 비싼 비용 때문에 일부 병원들이 자연임신 가능성이 있는 부부에게까지 시험관아기 시술을 권유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아이를 둘은 원하는데, 연이은 출산과 육아가 부담스러워 쌍둥이를 낳을 수 있다는 시험관아기를 일부러 선택하는 여성들까지 생기면서 이런 세태를 부추기고 있다. 정 교수는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수정란을 자궁에 보통 2개 넣긴 하지만, 실제 쌍둥이가 임신될 확률은 20% 정도”라고 말했다.

시험관아기 시술이 여성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과배란 과정에서 복수가 차고 소변이 안 나오는 등 부작용 우려가 있어서다. 김정환 미래드림여성병원 원장은 “자연주기법, 배란유도, 인공수정 등 여러 방법을 동원했는데도 임신에 실패했을 때 마지막으로 시도하는 게 시험관아기 시술”이라고 말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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