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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몰라 답답하다고요? 마을변호사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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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몰라 답답하다고요? 마을변호사가 있잖아요”

입력
2017.07.0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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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주민 대상 무료 상담

전체 424개 동으로 확대

2년여 간 1만여건 상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전담 마을변호사인 김남현(왼쪽) 변호사가 북아현동주민센터에서 무료 법률 상담 중이다. 북아현동주민센터 제공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전담 마을변호사인 김남현(왼쪽) 변호사가 북아현동주민센터에서 무료 법률 상담 중이다. 북아현동주민센터 제공

“이혼한 남편이 사망했는데 빚이 많아요. 우리 딸이 그 빚을 갚아야 하나요?”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마을변호사’로 활동 중인 김남현 변호사는 지난해 8월 자신을 찾아온 한 모녀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신용불량자였던 남편과 이혼 후 연락을 끊고 홀로 딸을 키우다 난데없는 빚 독촉에 깜짝 놀라 찾아온 것이다. 남편이 사망한 지 이미 2개월이 지난 상황이었다. 김 변호사는 서둘러 대면 상담 일정을 잡고 상속 포기 절차를 안내했다. 김 변호사는 “사망 후 3개월 내 상속 포기를 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그 기간을 넘길까 봐 급히 상담을 잡았는데 고맙다고 우유 하나를 짐꾸러미에서 꺼내 주시던 게 기억난다”고 말했다. 그는 “연세가 있거나 여전히 법률사무소 문턱을 넘기 어려운 분들이 많이 상담을 하러 오는데 고맙다, 많은 도움이 됐다고 인사해주실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북아현동 주민들의 무료 법률상담을 책임지고 있는 마을 전담 변호사다. 2014년 12월 서울 전체 424개동(洞) 중 83개동에서만 시범 시행됐던 마을변호사가 이제는 서울 시내 전체로 확대된다. 서울시는 이달부터 7개 자치구 80개동에 마을변호사가 새로 배치되면서 25개 자치구 모든 동마다 1~2명의 마을변호사(총 804명)가 활동하게 된다고 6일 밝혔다. 누구나 가까운 동주민센터에서 우리 마을 변호사에게 일 대 일로 무료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산콜센터(120)나 가까운 동주민센터로 전화해 미리 신청하면 된다.

도입 당시 서울의 절반이 넘는 동(51.8%)에 개업 변호사가 없을 정도로 법률 서비스가 편중되자 지역별 격차를 없애기 위해 도입된 게 마을변호사다. 동마다 전담 배치된 이른바 ‘마을 법률주치의’로 활동한 이들이 그동안 제공한 법률 상담만 1만건을 넘어섰다. 매달 1~2회 동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 미리 상담을 예약한 주민과 만나 법률 상담을 하고, 긴박하거나 경미한 사안은 전화로 신속하게 상담을 진행해왔다. 대개 부동산, 대금 지급, 회생^파산 등 민사 분야(75%, 9,531건) 상담이었다.

마을변호사들은 마을 차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법률 분쟁 해결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은평구 신사2동 마을변호사인 민경제 변호사는 지난해 12월 방화로 인한 화재사건 피해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민 변호사는 “손해보험처리에 도움을 드렸는데 동주민센터에서도 마을에서 이런 일이 있을 때 마을변호사의 조언을 구하면 법적 절차 등을 안내받고 보다 빨리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마을에서는 보상평가액 분쟁 조정이나 분담금 적정 여부 등 다양한 상담까지 소화하고 있다.

마을변호사 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공익활동에 관심이 많은 변호사들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부터 양천구 신월2동 마을변호사로 활동하는 박상욱 변호사는 “신월2동은 초중고교를 다니면서 성장기를 보내 누구보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곳”이라며 “변호사가 돼 다시 이 마을을 찾아 주민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기쁘다”고 말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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