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마에스트로와 국악의 만남

알림

마에스트로와 국악의 만남

입력
2015.04.12 13:41
0 0

임헌정, 17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휘

"국악기 새 연주법 시도… 새 세계 열 것"

국악관현악 지휘에 도전하는 임헌정 지휘자는 "표현하는 악기나 방식은 달라도 동양이든 서양이든 감성은 같다"며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항상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립극장 제공
국악관현악 지휘에 도전하는 임헌정 지휘자는 "표현하는 악기나 방식은 달라도 동양이든 서양이든 감성은 같다"며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건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항상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국립극장 제공

“여기서 소금은 모든 악기가 사라지고도 남아있는 거예요. 독야청청 쭉 가세요. 비브라토(소리를 떨리게 하는 기교) 가능하나요?”

10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내 달오름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 앞에 선 지휘자 임헌정(62·서울대 음악대학 교수)은 유난히 질문과 요구가 많았다. 국악단의 단골 레퍼토리인 ‘아리랑 환상곡’을 연주하며 중간 중간 단원들에게 악기 특성을 묻고 새 연주 방법을 요구하는가 하면, 해금 4대로 연주했던 마디는 3대로 바꿨다. “여러분이 전통적으로 이 부분을 농현(거문고·가야금·해금 등 현악기가 본래의 음 이외에 여러 가지 음을 내는 기법)으로 연주하는데, 없애봅시다.” 그의 지휘 아래 각양각색 국악기의 음색이 합쳐져 극장 안을 가득 채웠다.

클래식음악가 임헌정이 국악의 한계를 넓히는 도전에 나선다. 1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임헌정과 국립국악관현악단’은 클래식 지휘자가 국악에 얼마나 새로운 곡의 구성과 연주를 가능케 할 것인지 주목되는 무대다. 단원들과의 두 번째 연습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악기가 다른 만큼 국악이 서양 음악처럼 완벽한 하모니를 만들기는 힘들지만 “그 분위기를 표현할 가능성을 봤다”면서 “여러 소리 중에서 좋은 소리를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임헌정에게 국악관현단 지휘 제안이 들어온 건 가야금 대가 황병기 선생이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2011년도 무렵부터이니 즉흥적인 결단은 아니다. 1999∼2003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재임 당시 국내 처음으로 구스타프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면서 ‘말러 신드롬’을 일으켰을 만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휘자이지만, 국악만큼은 생소하다. “악기의 메커니즘을 감각적으로 알아야 지휘를 하는데, 국악기는 낯서니 처음에는 거절했죠. 그러니까 다음에 온 원일 예술감독은 아예 ‘단원들이 선생님 집에 찾아가서 악기 다 가르쳐드리겠다’고 하더라고요. 허허.”

이날 공연에서는 ‘아리랑환상곡’을 비롯해 재독 작곡가 정일련이 궁중음악 ‘수제천’을 모티프로 만든 ‘천(天)-헤븐(Heaven)’을 초연하고, 지난달 별세한 강준일 작곡가의 마지막 국악관현악 ‘내 나라 금수강산’을 연주한다. 현대음악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프라트레스’를 국악으로 편곡해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과 협연한다.

“아리랑 악보 받고 깜짝 놀랐다니까요. 화성법에서 진보한 기법들이 다 들어가 있어요. 가야금 부분은 음표가 하프하고 똑같아요.” 그는 “음률은 당연히 다르다”면서도 서양 관현악에서 같은 역할을 하는 국악기를 짝지어 설명했다. 해금은 바이올린, 소아쟁은 비올라나 첼로, 대아쟁은 콘트라베이스, 대금은 플루트, 소금은 피콜로에 해당한단다.

악보 군데군데 메모가 덧붙여져 있다. ‘독야청청하라’고 주문했던 소금 연주 대목은 임 지휘자가 음표를 새로 그려넣었다. 처음 만나는 곡을 지휘하기 전, 그는 항상 총보를 보고 음표를 통해 어떤 소리가 날지 상상하고 친숙해진 후에야 음반을 들어 다른 지휘자의 해석을 비교한다고 했다. “(음악은) 구조를 통해 이룬 아름다움이 진정한 아름다움이죠. 오늘도 호흡을 길게 하라, 클래이맥스를 이렇게 만들라고 이야기한 것이 구조를 강조한 겁니다.”

“음표까지 그려 넣는 건 편곡에 가까운 해석 아니냐”는 질문에는 “베토벤도 내 맘대로 지휘한다”며 농을 던진다. 연습 전날 강원 원주에서 원주시향과 함께 연주한 베토벤 교향곡 5번과 이달 초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연주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도 “템포도 포커스를 두는 부분도 늘 새롭게 하고자 노력한다”고 눈을 빛냈다.

“국악기야 잘 모르죠. 아쟁 활이 얼마나 긴지 장력이 얼마나 강하고 소리를 유지할 수 있는지 잘 몰라요. ‘가능한가요?’ 묻고 가능하다고 하면 하고 좀 어렵다면 ‘그래도 좀 해봅시다’라고 하죠. 이렇게 시도해서 새로운 연주법으로 자리잡으면 더 좋겠죠. 제가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고 싶어요.”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