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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한국사서 근현대사 비중 40%로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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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한국사서 근현대사 비중 40%로 줄인다

입력
2015.05.12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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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근대사와 6대 4 비율로 분량 조정

민주화 내용 줄고 정치사 중심 편성

근현대사 중시 세계 교육 추세 역행

역사학계도 "편향적 밀실연구" 비판

현재 중학교 1학년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18학년도부터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서 근현대사 부분이 40%로 줄어들 전망이다. 현재 5대5인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분량 비중을 6대4로 조정하겠다는 것인데, 근현대사를 중시하는 세계의 역사 교육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2일 서울 연세대에서 공개토론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15 역사 교육과정 시안’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고교생들이 근현대사에 대한 학습 부담을 많이 느낀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분량 비중을 6대4 정도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고교생들이 공부하는 ‘2009 교육과정’의 한국사 교과서에서 근현대사 분량은 전체 6단원 중 3단원으로, 개정될 교과서에서도 단원 수는 그대로 유지된다. 하지만 근현대사 관련 소주제는 기존 20개에서 11개로 절반 가량 줄어든다. 항일 운동 관련 소주제인 ▦국내 민족운동의 전개 ▦국외 민족 운동의 전개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과 식민 통치 방식의 변화가 ‘일제의 침략과 국권 수호 운동의 전개’로 통합되는 식이다.

특히 현재 교과서는 ‘대한민국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 전문(前文) 내용을 반영해, ‘3ㆍ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활동’을 소주제로 설정했다. 하지만 개정될 교과서의 소주제에서는 대한민국임시정부가 빠져 내용이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역사학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근현대사는 현대사회를 이해하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로, 세계 대다수 나라가 고교 교육과정에서 중점적으로 가르치고 있는데 정부가 이런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토론자로 나선 구난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근현대사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며 “어떤 근거로 비중을 줄였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토론에 참석한 한 고교 교사도 “근현대사 비중이 줄면 현재 60쪽 분량의 한 단원이 44쪽 가량으로 줄게 된다”며 “반면 5ㆍ18, 유신체제, 경제개발 등 다룰 내용은 많아 유신체제를 ‘인권을 탄압한 권위적 체제였다’라고 짧게 다룰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또 교과 과정이 정치사 중심으로 재편성돼 경제ㆍ문화ㆍ사회사 내용이 대폭 줄었다. 역사 교과서가 권력자 중심으로 서술돼 당대 시대를 살았던 일반 사람들의 삶과 문화를 배우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준식 역사정의실천연대 정책위원장은 “국가권력의 정통성과 직접 관련되지 않은 내용은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정치사 중심의 역사는 과거 국정교과서에서 역사를 다룬 방식으로, 역사 교육을 20~30년 전으로 퇴행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교육과정 시안이 정부의 이념적 편향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시안 개발 연구진이 보수 성향 학자들 위주로 구성됐고, 교육부와 교육과정평가원은 교과서 연구진 명단도 공개하지 않아 ‘편향적인 밀실연구’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이준식 정책위원장은 “항일 운동에 대한 내용이 줄고, 민주화라는 표현 대신 자유민주주의, 경제성장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보수 성향인 뉴라이트의 근대사 인식이 그대로 반영됐다”고 지적했다. 시안 개발 연구진인 강석화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대한민국임시정부 등의 내용들은 집필 지침에 반영해 학생들이 충분히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토론회 등을 거쳐 시안을 수정ㆍ보완하고, 교육부는 최종안을 9월쯤 확정할 계획이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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