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막오른 미디어 전쟁-종편 선정 그 후] <4·끝> 블러드 오션 광고시장

알림

[막오른 미디어 전쟁-종편 선정 그 후] <4·끝> 블러드 오션 광고시장

입력
2011.01.05 12:14
0 0

■ "한정된 파이 조금 더 내 입에"…진흙탕 광고 쟁탈 보나마나

올해 주식시장이 처음 문을 연 3일 제일기획 등 대형 광고대행사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신규 미디어인 종합편성(종편)채널의 등장으로 광고 콘텐츠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같은 날 SBS YTN 등 방송사의 주가는 하락했다. 방송 산업의 매출 규모, 곧 광고 시장의 크기는 정체된 상태인데 채널이 다섯 개(보도전문채널 포함)나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광고 시장의 성장 폭이 늘어난 채널 숫자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히려 벌써부터 각종 특혜를 요구하고 있는 종편 사업자들이 기존의 광고 물량을 잠식, 미디어 산업 전체가 피 튀기는 광고 쟁탈전의 수렁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성장 멈춘 광고 시장

방송통신위원회의 '2010 방송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방송광고 시장은 제자리 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2006~2009년 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도 2009년 전년 대비 1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기 회복으로 방송광고는 두 자릿수의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되지만 2007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는 지난달 17일 2011년도 업무보고에서 "2010년 국내총생산(GDP)의 0.68% 규모인 7조 3,500억원의 전체 광고 시장을 2011년 8조1,000억원(0.73%), 2015년 13조8,000억원(1%)까지 키우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전망이 실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광고 시장은 내수 시장 규모와 비례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의 경제 구조는 지나치게 수출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GDP 성장과 광고 시장 성장 사이의 긴밀도도 흐릿해지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도 광고가 그만큼 늘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박원기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 광고연구소 연구위원과 이상돈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의 '방송광고 시장 예측에 관한 연구'(2009)에 따르면 광고집약도(GDP 대비 광고비 비중)는 1996년 1.25%으로 최고를 기록한 뒤 2000년 이후엔 1% 미만에 머물며 점진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경기 회복과 월드컵 특수 등에 힘입어 2009년에 비해 17% 가량 방송광고 매출이 증가(HS애드 집계)한 지난해에도 광고집약도는 0.72%에 머문 것으로 추정된다.

한 광고 시장 전문가는 "한국은 내수 시장이 작은 데다가 선진국형 저성장 구조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에 향후 광고 시장의 저성장 추세는 더 심해질 것"이라며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GDP 1% 수준의 광고 시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버블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광고계에서는 2011년 경제성장률이 3.8% 성장(삼성경제연구소 전망)한다고 쳐도 방송광고 성장률은 0%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핏빛 광고 수주 전쟁 예고

성장이 멈춘 광고 시장을 놓고 매체가 늘어났으니 치열한 수주 경쟁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중소 PP와 지상파 방송사, 그리고 신문 등 인쇄 매체 모두가 광고 시장을 블러드 오션으로 만든 종편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종편의 공격적 영업으로 인해 힘 있는 매체와 그렇지 못한 매체 사이의 부익부 빈익빈 심화가 예상된다. 한국광고주협회가 지난해 11월 회원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 66.7%의 응답자(복수응답)가 2011년 광고 집행 시 우려되는 점으로 '종편의 등장과 광고영업 방식'을 꼽았다.

2009년 말 기준으로 홈쇼핑과 데이터 PP를 제외한 일반 PP는 총 150개사인데 이 가운데 CJ와 지상파 방송사 계열 PP가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이 59.7%에 이른다. 이들을 제외한 전체의 5분에 4에 가까운 매출액 50억원 미만 중소 PP가 종편 등장 이후 경영 위기에 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종편이 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 대행 기구)을 통하지 않고 직접 광고 영업에 나설 경우 종편 사업자가 가진 신문광고 영업력이 방송광고 시장에 전이돼 광고 수주 전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종편 등장에 즈음한 방송 판도 변화가 방송 광고 성격 자체의 변화도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바코가 전문가 30명을 델파이(심층 면접을 통한 미래 예측 조사) 기법으로 조사해 3일 발표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광고 산업 변화의 예측 연구'에 따르면 2015년께 73.5%의 확률로 방송광고 내 간접광고의 비중이 활성화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문가들은 또한 광고 포맷의 다양화로 2017년께 80.2%의 확률로 광고에 대한 시청자의 거부감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 병원 의약품 중간 광고…빗장 모두 풀어주나

방송통신위원회는 2011년 업무보고에서 방송광고 규제 완화 계획을 쏟아냈다. 전문의약품 및 의료 기관 광고 허용, 광고 총량제 도입 및 중간광고 제도 개선, 간접광고 및 협찬사 고지 관련 규제 완화 등이 망라돼 있다. 방통위는 무더기 규제 완화를 "규제 개선 및 경쟁 촉진으로 기존 광고 시장의 경직성과 정체를 타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언론계는 이를 종편을 위한 먹잇감 만들어 주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방통위가 광고 허용을 검토 중인 의약품은 사후피임약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는 "의약품에 대한 그릇된 판단과 오ㆍ남용 조장 등으로 국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을 단지 시장 논리와 규제 완화라는 잣대로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도 "광고가 허용되면 거대 자본의 다국적 제약회사들이 주요 광고주가 될 것"이라며 "대부분 고가인 이들의 약품을 환자들이 많이 찾게 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타격을 줘 결국 국민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진보신당은 "전문의약품 광고 허용은 소수 종편 채널을 먹여 살리려고 의사의 처방권을 무력화하고 국민에게 독을 먹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의료 기관 광고 허용에 대해서도 "가뜩이나 허약한 1차 의료 기관의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고 대형 병원만 키우는 기형적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또한 "소비자의 의약품 선택권을 보장하려면 복지부가 해당 의약품을 분류전환하면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유료 방송에만 허용되던 중간광고를 지상파 방송사에 허용하려는 계획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중간광고 허용은 방송위원회(현재 방통위로 통합) 시절에도 추진됐으나 프로그램 상업화 등을 우려한 시민 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된 적이 있다. 현 시점에서 이것의 허용을 추진하는 것은 방통위가 종편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게 된 지상파 방송사를 다독이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광고 총량제 도입 또한 방송 시장을 혼탁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도는 방송광고의 전체 허용량만 법으로 정하고 방송사에게 광고 유형, 시간, 횟수 등을 자유롭게 정할 재량권을 주는 제도다. 현재는 각 프로그램에 붙는 광고 시간이 방송 시간의 1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광고 총량제가 도입될 경우 시청률이 높은 인기 프로그램은 본방송 반 광고 반의 기형적 편성이 우려된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 "종편은 언론 4대강… 추가 특혜 막아야"

보수 성향의 4개 신문에 사업권을 내준 종편채널 사업자 선정 결과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시민 단체는 선정 법인 참여사에 대한 불매운동에 나설 태세다.

민주당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종편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민주당 등 야당 인사, 언론학자, 시민 단체 관계자 등 참석자들은 정부의 종편 정책을 4대강살리기사업에 비유하며 "종편 사업에 대한 추가 특혜를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관계 당국자에게 대책을 물었더니 '망할 회사는 망하고 잘 될 회사는 잘 돼서 인수합병(M&A)되면 된다'고 했다"며 "(종편은) 무책임한 이명박식 삽질 경제의 결과며, 결국 국민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성토했다. 같은 당 천정배 의원도 "종편은 비좁은 수족관(광고 시장)에 풀어놓은 4마리의 식인 상어"라며 "종편에 주려는 어떤 특혜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이효성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종편에 선정된) 신문들이 이미 채널 특혜, 광고 특혜를 요구하는 기사들을 내고 있다"며 "자유시장에서의 생존의 원칙에 어긋나는 일들이 벌어질 텐데 이를 수습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는 중앙일보 종편(jTBC)에 아사히TV가 4대 주주로 참여한 것과 관련, "투자액수를 떠나 뉴스라는 심장부에 첩자가 투입된 셈"이라며 일본 자본의 본격적 문화 침략을 우려했다.

한편 촛불집회 당시 보수 신문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쳤던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의 김성균 대표는 종편 선정 법인에 주주로 참여한 기업들을 거론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조만간 불매운동 대상을 최종 선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