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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 탄핵사유 일일이 따지면서 결정 서두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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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재, 탄핵사유 일일이 따지면서 결정 서두를 수 있나

입력
2016.12.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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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헌재 관계자는 8일 “탄핵심판에서는 당사자가 주장하는 쟁점을 예외 없이 살펴보는 게 원칙”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선별적 심리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헌재는 다만 심리를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쟁점과 증거를 미리 정리해 놓는 준비절차를 갖겠다고 밝혔다. 사전에 쟁점을 간추려 심리를 효율화하되 제기된 모든 쟁점을 일일이 따져 보겠다는 얘기다.

당사자가 수집해 제출한 소송 자료를 재판의 기초로 삼는 민사소송의 대원칙을 따르는 탄핵심판에서 선별심리를 하지 않겠다는 헌재의 방침은 원칙적으로 옳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안의 중대성과 심각성으로 볼 때 절차적 정당성과 충실한 심리는 필요하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는 달리 법리적으로 훨씬 복잡하고 까다로운 것도 사실이다.

문제는 탄핵소추 사유로 제기된 쟁점 모두를 일일이 심리한다면 몇 달이 걸릴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의 탄핵 사유는 헌법 위반 5가지, 법률 위반 4가지에 이른다. 혐의 건수가 많은 만큼 증인과 참고인만 해도 수십 명에 달한다. 헌재는 탄핵 사유 중 양측이 동의하는 쟁점에 대해서는 심리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지만 박 대통령이 “국가를 위한 공적인 사업으로 믿고 추진했다”며 일체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결과를 탄핵심판의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관련자 전원을 헌재로 불러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임기 단축을 원치 않는 박 대통령 측은 이런 점을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탄핵심판에 따른 국정공백은 매우 심각하다. 나라가 처한 경제ㆍ외교ㆍ안보 상황은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헌재가 원칙만 강조하다 보면 탄핵심판은 한없이 늦춰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번 탄핵은 대통령 자진 사퇴를 원하는 주권자들의 거대한 정치적 요구에 근거한 것이다. 헌재는 신속한 재판을 원하는 촛불 민심과 국정 혼란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헌법 전문가들은 헌재의 의지가 있다면 소추 사유 중 명확하고 중대한 것만 간추려서 핵심적으로 심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선거로 선출된 대통령이 위임받은 권력을 사유화해 헌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집중 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일원 주심 재판관의 다짐대로 “바르고 옳은 결론을 빨리 내리는 것”이 지금 헌재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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